우리나라가 중국 태국과 각각 20억달러와 1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swap) 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일본과 이미 70억달러 규모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만일에 또다시 있을지도 모를 외환위기시 총 1백억달러의 외환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7년말 속수무책으로 외환위기를 당한 우리로서는 1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쌓아 스스로의 위기대처 능력을 확충한데다 일련의 통화스와프까지 체결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세계 1,2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일본(4천억달러) 중국(2천억달러)과 아시아 국가간 위기발생에 대비한 공동협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지하다시피 국제금융시장은 자본이동의 자유화에 따른 단기자금의 급격한 이동과 국제통화기금 체제의 한계노출로 불확실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그결과 국제 투기자금의 급격한 이동에 따라 경제구조가 취약한 국가는 순식간에 금융위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게 되다보니 세계 어느 국가도 금융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금융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양자간 또는 다자간 통화협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통화협력의 필요성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97년 전염병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금융위기에 빠진 쓰라린 경험을 가진데다 동아시아 경제는 역내 교역량이 전체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상호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아시아 경제가 동반침체하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2000년 5월 치앙마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역내 국가간 통화스와프 협정은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 합의는 아시아 5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바 있는 일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3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에 합의한 우리와 중국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기는 하나 더욱 촉진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 국가간 통화협력은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 창설보다는 양자간 협력을 바탕으로 다자간 통화협력체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통화기금은 지역내 다자간 통화협력체제를 구축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