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대란...인사청탁 백태] 협박...읍소...'연줄'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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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될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인사청탁의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취업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로비(취업청탁)'를 제2의 취업전략으로 여기는 풍조까지 나타나고 있다.
취업청탁이 늘어나고 방법이 다양해져 기업들도 이에 대처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 취업 기정사실화형 =취업 민원이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신입사원이 근무할 부서를 청탁하는 경우다.
미리 못을 박겠다는 전술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인사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올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여 '잘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사는 "OOO을 OO부에 배치해 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며 황당해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입사시키지 않으면 그 후에 돌아올 후환이 염려돼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 은근슬쩍 암시형 =지방에 공장을 많이 갖고 있는 B사는 신입사원 채용이 시작되면서 공장 소재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로부터 "내년에도 서로 협조합시다"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 응시생 가운데 OOO가 있는데 관심을 가져 달라"는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
지방 공장의 경우 해당 지자체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관계로 이같은 암시를 어느 정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회사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 공무원들로부터 쏟아지는 취업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 찍어 누르기형 =정치인 또는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들어오는 민원이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한다.
대부분 심사기준에 대한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취업시키라는 요구다.
이동통신업체인 C사는 최근 "어떻게든 OOO를 취업시키라"는 명령에 가까운 민원을 접수한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 읍소형 =주로 사내 임원이 청탁하는 유형이다.
친척 또는 지인의 자녀 취업을 청탁하며 "내 체면을 봐서라도 꼭 뽑아 달라"고 애원한다.
때로는 "친척인데 가계를 책임지고 있으니 우리 회사에서라도 취업을 시켜줘야 한다"며 부탁한다.
◇ 선(先)생색.후(後)청탁형 =대기업인 D사는 최근 모 지역 국회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때 회장의 불출석을 양해해 줬다"며 "작은 부탁이니 잘 처리해 달라"는 취업청탁을 해와 난감해 하고 있다.
◇ 인해전술형 =대기업인 E사는 최근 신입사원 채용 절차에 들어간 뒤 응시생 가운데 특정인에 대한 민원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들어와 한동안 배경 파악에 나서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 응시생은 사내 임원은 물론 정·관계의 유력인사 다수를 동원해 취업청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워지다보니 빽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연줄을 동원하는 세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우회공격형 =해당 기업의 감독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취업 압력을 넣는 형태다.
유통업체인 F사는 신입사원 선발심사에 들어간 뒤 정부 해당부처 관계자로부터 취업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부처 K국장은 "어떻게 아는지 특정 기업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민원 부탁을 해 온다"며 "대부분 무시하지만 지인이거나 상급자의 민원일 경우 해당 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은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