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와 물량 공급이 환율을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렸다. 개장초부터 하락세에 몸을 기댄 환율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상승과 하락의 반복 궤적을 그대로 따랐다. 국내외 증시의 강세와 2,000억원에 근접한 외국인 주식순매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 등이 환율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1,295원을 바닥으로 두는 심리와 저가매수세가 아래쪽을 받친 가운데 장 막판 달러되사기(숏커버)로 환율은 1,295원 위로 되올랐다. 지속적인 외국인 주식순매수와 물량 부담이 가중되는 형편상 환율은 하락 궤도를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밤새 뉴욕 증시와 금리 인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90원 내린 1,295.60원에 마감했다. 오전중 1.80원의 등락에 그쳤던 환율은 오후 들어 물량 공급을 토대로 낙폭을 점차 확대하며 1,294원선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 전 저점 테스트할 듯 = 대규모의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환율 하락에 힘을 싣고 있다. 달러 공급요인이 계속 부각되고 국내외 증시 역시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이 부담감이 되고 있는 셈. 이처럼 달러매도(숏)심리가 강해지고 있어 1,300원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 강세가 이어지고 FOMC회의 결과가 50bp인하로 결정된다면 전 저점인 1,293원에 대한 테스트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의 연속된 달러되팔기(스탑)가 나온데다 FDI로 추정되는 물량을 견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막판 달러매도초과(숏)상태로 이월하기엔 불안한 감이 있어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결과에 주목하고 있으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일은 전체적으로 그림이 상승보다는 하락쪽에 있어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고 보고 1,292∼1,297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내일도 오늘과 같은 대규모의 주식순매수가 나온다면 전 저점인 1,293원을 뚫고 1,290∼1,293원 범위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며 "미국 주식이 망가지거나 FOMC에서 50bp이하의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반등할만한 요인은 없다"고 전했다. ◆ 공급 우위, 대규모 외인 순매수 주도 = 외국인은 이날 2,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보이면서 환율 하락을 적극 부추겼다. 모 시중은행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자금도 7,000∼8,000만달러 가량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 부담이 가중된 영향을 환율이 반영했으며 추가 하락의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업체는 가스공사, 정유사 등이 1,294∼1,295원선에서 달러사자(비드)를 대면서 저가인식에 따른 매수세를 보였으나 전자업체와 중공업업체의 물량 공급에 밀렸다. 역외세력도 투자은행(IB)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우세했으며 4,000∼5,000만달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장에서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 금리인하 기대감을 품고 121.65엔에 마감했으며 이날 도쿄장에서 소폭 내려섰으나 대체로 정체된 흐름이었다. 달러/엔은 오후 5시 5분 현재 121.57엔으로 미국 금리인하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역외선물환(NDF) 달러/원 환율은 최근 한산한 거래의 연장선상에서 강보합세를 띠며 1,300/1,302원에 마감했으나 개장초반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날보다 0.50원 내린 1,297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전날 마감가이자 이날 고점인 1,297.50원까지 오른 뒤 9시 51분경 1,296.50원까지 되밀렸다. 이후 환율은 추가 하락은 막힌 채 1,296원선을 배회하다가 장 막판 물량을 털어내면서 저점을 낮추며 1,295.70원으로 오전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내린 1,295.5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한동안 개장직후 1,295.30원으로 추가 하락한 뒤 1,295원선에서 눈치보기를 펼쳤다. 그러나 2시 이후 물량 공급이 이뤄지면서 환율은 2시 4분경 1,294.70원, 2시 25분경 1,294.50원으로 차례로 저점을 낮췄다. 이후 환율은 국책은행과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면서 1,295.80원까지 조금씩 되오른 뒤 1,295원선을 배회하다가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97.50원, 저점은 1,294.50원으로 변동폭은 3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두 시장을 통틀어 지난달 12일 2,293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771억원, 179억원의 매수우위로 나흘째 주식순매수를 이어 달러 공급 요인을 부각시켰다. 추가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물량 부담은 가중돼 하락쪽으로 무게중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9,5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2,3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7,000달러, 4억4,440만달러가 거래됐다. 7일 기준환율은 1,295.9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5일 현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감소한 13억3,600만 달러, 수입은 14.1% 준 18억6,400만달러를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는 5억2,800만달러로 전달 같은 기간의 6억9,300만달러나 지난해의 6억2,000만달러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