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사들이는 등 대미 (對美)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 기업이 시장개방 이후 치열해질 경쟁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첨단기술 △선진 경영기법 △세계시장 진출 거점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으로 미국을 최적지로 꼽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헐값에 기업매물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 대미 투자의 적기라고 중국 기업들은 보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전력계량기 업체인 홀리그룹은 올 들어 3개의 미국 기업을 인수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9월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필립스의 휴대폰 설계 및 소프트웨어 연구부문을 통해 퀄컴이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칩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의 종합가전 업체인 하이얼그룹은 내년초 미국에 공장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캐롤라이나주에 4천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가동중이다. 최근엔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건물을 1천4백만달러에 매입했다. 하이얼아메리카의 본부가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중국 항저우에서 측정기기를 제조하는 한 업체는 직류전력모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의 대미투자가 이어지면서 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중국기업협회(CEA)의 회원사도 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18개에 불과했으나 54개로 증가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