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안'은 여러모로 주목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근간인 무비자·무관세지역 지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국인 관광객도 면세품 구입이 가능하게 하고 내국인에게 외국인학교 입학을 허용하는가 하면 단계적으로 영어를 제2 공용어로 채택한다는 것 등은 하나같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은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제주도가 21세기를 맞아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세계화의 시범케이스로 뽑힌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제주도를 동북아시아의 물류와 관광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투자효율을 고려해 과거 산업단지 개발방식과는 달리 먼저 투자자를 유치하고 난 다음에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기로 한 것과, 공항도 관세자유지역에 포함시키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개발의지를 천명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은가, 그리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 이미 60년대 초부터 제주도를 자유무역지대로 개발하는 발상이 심심치 않게 거론돼 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것만 봐도 이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국제적인 물류·관광 중심지가 되려면 단순히 무비자·무관세지역 지정만으로는 안되고 그에 걸맞은 기반시설과 독특한 관광상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자면 특별법 제정에 앞서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자금조달 방안,그리고 관광상품 개발 가능성을 점검해 봐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가지 걱정은 제주도에서 과세물품을 산 뒤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세금을 환불해주는 방안이 자칫 지역개발 형평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내국인에 대한 외국인학교 입학제한을 철폐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해외이민도 불사하는 우리 교육풍토를 감안할 때 제주 이외 지역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제철폐에 대한 계획 정도는 제시해야 옳다.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다른 지역을 방문할 경우 간이비자를 발급해주는 방안도 자칫 불법체류자가 양산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마땅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는데는 적극 찬성이다.다만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기에 앞서 내용의 타당성과 시행여건, 그리고 부작용 방지방안을 신중하게 따져 보도록 재삼 당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