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국민은행(코드번호 60000)이 9일 재상장된다. 증시는 국민은행의 재상장을 앞두고 설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합병으로 인해 매매거래가 정지된 시기에 증시 분위기가 급속히 호전된데다 단번에 시가총액 5위로 부상한다는 점에서 증시의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만일 국민은행이 당분간만이라도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해준다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종합주가지수가 600선까지 줄달음질칠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새 국민은행 주가는 얼마나 될까. ◇첫날 이론적 상한가는 7만7천7백원=국민은행의 평가가격은 3만3천8백원으로 결정됐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을 합병은행의 발행주식수로 나눠 구한 가격(50원 단위로 절상)이다. 평가가격의 90∼2백% 범위내에서 동시호가(오전 8∼9시) 주문을 받아 시초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따질 경우 시초가는 최고 평가가격의 2배인 6만7천6백원에 달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게 되면 7만7천7백원을 기록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첫날 국민은행 주가가 평가가격보다 15% 가량 높은 3만8천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매매거래가 정지된 지난달 27일부터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이 기간에 각각 17%와 15% 상승했다. 합병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매매거래 정지기간에 덜 오른 만큼은 첫날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특히 전날 미국 증시에서 국민은행의 DR(주식예탁증서)가 3만7천5백원선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첫날 3만8천원대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주가는 4만∼5만원=대부분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6개월 적정주가가 4만원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양호한 실적이다. 합병은행은 올해에만 1조7천5백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호전세는 지속돼 내년 2조5백88억원,2003년에는 2조6천1백11억원에 이를 것으로 대신경제연구소는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호재다. 국민은행은 기존 하이닉스 채권을 80% 가량 탕감하는 조건으로 하이닉스 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세번째는 합병은행의 시너지 효과가 꼽힌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1백85조원으로 세계 60위권,아시아 13위권이다. 국내 시중은행 중 수신시장 점유율이 24%에 달한다. 한정태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차 목표주가를 4만2천5백∼4만6천원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내년 말에는 6만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 임일성 연구위원도 국민은행의 6개월 목표주가를 5만원으로 제시했다. 이준재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적정주가를 4만2천2백원으로 보고 있지만 조만간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4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시에 미칠 영향=국민은행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선다. 포항제철을 제치고 시가총액 5위에 오르게 된다. 첫날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한국전력을 뛰어넘어 4위에 오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행의 주가 움직임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게 된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편입해야 하는 기관과 외국인의 속성상 국민은행 편입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 주식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경우 금융주는 물론 조정장세의 선두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