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회의실에 은행과 대기업계열 신용카드사 임원 10여명이 '소집'됐다. 호출된 이유는 'CD(현금지급기)공동망 사용권'을 둘러싼 은행과 대기업계열 카드사간의 분쟁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삼성 LG 등도 은행 CD공동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며 대기업계열 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부터 엿새 뒤인 지난 5일.삼성과 LG카드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내리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빠져 있었다. 우선 급한 대로 당국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응하겠다는 뜻만 밝힌 셈이다. 삼성 LG카드가 이처럼 선수를 치고 나오자 카드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수익성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대기업계 카드사가 수익감소를 초래할 수수료 인하의 총대를 멨다는 것 자체가 의외"라는게 업계의 반응이었다. 이와 관련, 요즘 카드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바터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대기업계 카드사와 당국간에 '수수료 인하 총대 메기'와 'CD공동망 이용허가'를 맞바꾸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 삼성 LG 양대 카드사는 올들어 CD공동망 이용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들이 CD기를 통한 현금서비스 이용수수료를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요구대로 수수료를 올려주면 대기업계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영업이 어려워진다. 한편 금감원도 삼성 LG카드의 적극 협력이 긴요한 입장이다.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를 적극 유도하고 있으나 업계는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며 시큰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이 LG와 삼성을 부추겨 다른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까지 이끌어내는 묘안을 만들었다는 게 바터설의 요지다. 이같은 바터설의 사실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사실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편익'이다. CD공동망 이용이나 수수료 인하 모두 생색내기에 그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는 쪽으로 결론나기를 바랄 뿐이다. 최철규 금융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