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장세를 놓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해졌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비관론 내지 신중론이 대세였지만 어느새 대세 상승론이 등장할 만큼 낙관론의 록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낙관론자들은 눈앞에 있는 진흙탕을 볼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 보고 뛰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군다. 그러나 아직까진 신중론을 펴는 전문가가 많다. 이들은 경기나 기업실적 호전,증시로의 자금유입과 같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낙관론자를 반박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물증이 없이 심증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늘어난 낙관론=최근 증시의 꾸준한 상승과 함께 낙관론도 늘어났다. 이들은 통상 주가가 경기에 6개월 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상승세는 내년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 정책으로 내년 5,6월께는 경기가 깨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경기가 최악의 시기를 지난 만큼 증시가 대세 상승 초기의 유동성 장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온 이사는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진다 해도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기관과 개인이 버티고 있는 만큼 수급상으로 봐도 장은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현 장세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단기적인 상승세)로 진단한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도 향후 전망에 대해선 밝은 편이다. 장 사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가시적인 신호가 없는 만큼 최근 장세는 베어마켓 랠리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주식 외에 마땅한 투자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증시에 자금이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도 7일 미국 테러 이전의 한국 주식 비중 축소 의견을 철회하고 비중 확대로 의견을 바꿔 낙관론에 가세했다.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내년 1·4분기를 바닥으로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국내 증시도 지난 9월을 저점으로 재고순환 측면의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만찮은 신중론=낙관론에 맞서고 있는 신중론자들은 주가 상승의 논리가 너무 미약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경기상황이나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대세상승 초기의 유동성 장세라면 금리 하락이 시중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경기 침체기에 재고조정이나 공급과잉 축소,감원 등 인원조정이 모두 끝나고 기업의 매출이 다시 늘어나는 시점이 증시 대세 상승의 초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최근 상승세는 외국인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머징마켓 중 안정적인 한국에 대한 비중을 늘린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예측만 있을 뿐이지 경기회복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핵심 주도주들이 많이 오른 만큼 지수의 추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대체로 실적호전주나 가격 메리트가 있는 저가 대형주를 추천했다. 특히 내년 경기회복에 대비,핵심블루칩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빼놓지 않고 추천종목에 올렸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한국시장의 저평가 정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나 SK텔레콤 국민은행 등을 매수한 뒤 연말까지 들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 이사는 "내년 경기회복이 확실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우량 IT(정보기술)주와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실적호전주 등을 사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