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에 주는 시사점 ]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한국기업의 경영을 맡는다면 어떤 처방을 내릴까.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뒤뚱거리던 GE를 맡아 1,2등이 아닌 사업부를 과감히 처분했던 그의 경영방식에 비춰볼 때 무엇보다도 먼저 돈 안되는 사업부문의 매각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뭘까. 사람을 자를 것인까.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수순으로 감원을 먼저 떠올리지만 웰치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지난 81년 GE 회장으로 취임한 웰치는 가장 먼저 크론토빌의 인재개발센터를 혁신했다. 시설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바꾸고 최고경영자(CEO)들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헬기장도 만들었다. 거기서 그는 20년간 총 1만8천명의 핵심 리더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거대공룡' GE의 몸집이 가벼워진 것은 최고시설의 인재개발센터에서 이뤄진 정신교육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웰치는 관료주의를 깨부수기 위해 유능한 인재는 많은 연봉을 주는 대신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하위 10% 인력은 퇴출시키는 차별화정책을 엄격히 적용했다. 어떤 사업부라도 업적을 평가할 때 반드시 상위 20%를 A, 하위 10%를 C등급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A등급 직원은 임원들을 개인조언자(mentor)로 붙여 리더로 키우고 C등급 직원은 퇴출대상으로 관리했다. 'CEO가 직접 나서서 변화를 촉구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한 뒤 그래도 바뀌지 않으면 과감히 퇴출시킨다' 웰치의 인사정책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경기가 나빠지면 감원부터 하고 보는 국내기업의 구조조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는 매년 4월, 7월, 11월 3번에 걸쳐 인사회의를 열었다. 이러한 일련의 회의를 통해 GE의 모든 임직원들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차별화에 대해 잔인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명확했다.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을 그대로 두는 것은 본인의 장래를 위해 좋지 않고 더욱이 나이가 들어 해고할 경우 재취업 기회를 그만큼 줄이는 꼴이 된다고 반박했다.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이 붙을 즈음 '업무는 바뀔 수 있으나 사람은 바뀔 수 없다'는 IBM의 종신고용 슬로건으로 고용시장에서 난처해지자 그는 종신고용제도를 힐난했다. '고용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기는 조직은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자리는 기업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이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훌륭한 자기계발 교육프로그램이 종신취업능력(lifetime employabiliy)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웰치는 해고할 때 반드시 두세 차례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상대방이 해고이유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언제나 공평하고 냉정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GE코리아의 강석진 사장은 "웰치 회장은 많은 경영혁신운동을 펼쳤지만 그중에서 열린 기업문화의 조성과 인재를 중시하는 인사정책이 가장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