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 투자은행의 경영을 맡아 화제가 된 스탠 오닐 메릴린치 사장은 지금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수익성이 떨어진 메릴린치를 재정비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 것. 미국 최대 증권사이며 3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메릴린치는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19개의 관련회사들을 인수했을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메릴린치의 운명은 빠르게 변화했다. 매출이익률과 자기자본수익률은 주요 경쟁사에 뒤처졌으며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거대 합병은행의 탄생은 메릴린치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닐 사장의 선택은 명확하다. 경영실적을 개선해 다른 회사를 인수하든가,아니면 경쟁사에 의해 인수당하는 것을 지켜보든가 둘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31.7%나 떨어졌다. 경쟁사인 씨티그룹이 9%,JP모건체이스가 18%밖에 하락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금융서비스 애널리스트인 가이 모즈콥스키는 지난달 17일자 보고서에서 오닐 사장이 회사의 매출이익률을 경쟁사와 동일하게 맞추지 못하면 이사회가 오닐에게 회사를 매각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닐 사장은 이에 대해 과장된 말이라고 일축했지만 이사회는 언급을 회피했다. 상황을 더 위험스럽게 만드는 것은 오닐 사장이 경제·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에서 회사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는 뜸해지고 인수합병은 찾아보기 힘들며 기업공개도 연기되고 있다. 올해 메릴린치는 지난해에 비해 39% 감소한 2백20억달러 매출에 20억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고위 임원진들 대부분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려고 하는 반면 그는 사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돌리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임원진 24명 가운데 5명만이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의 문화를 바꾸려는 오닐 사장의 계획은 야심차다. 그는 새로운 메릴린치는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으로 최고 자리에 오르는 실력중시 분위기로 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닐 사장은 인정이 넘치는 회사문화와 공공서비스 정신 풍토에도 종말을 고하려 하고 있다. 그가 계획하는 변화는 항상 파괴적이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수익률과 매출이익률을 높여야만 한다. 메릴린치는 3분기에 9%의 자기자본수익률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모건스탠리의 15%,골드만삭스의 10%보다 낮다. 매출이익률도 골드만삭스의 21%,모건스탠리의 17%보다 낮은 13%에 머물렀다. 오닐 사장은 오는 2003년까지 매출이익률을 24%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경비를 1998년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오닐 사장은 어려운 시기를 맞아 메릴린치의 유례없는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매우 침착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위기에 처해 있고 그와 임원진들은 주목을 받고 있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