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54
수정2006.04.02 04:57
주가가 유동성 기대에 힘입어 급등했다.
지금까지 오름세는 '측량불가'한 심리적인 흐름이었다. 기관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이 '어라, 어라' 하며 지켜보는 사이에 100포인트 이상 치고올랐다.
최근 들어 '논리적 근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전략가들은 조심스럽게 박스권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제는 실제로 유동성이 유입되느냐가 관건이다. 현 지수대는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 및 내년 V자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시세에 자극받은 유동성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지지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 비중확대에 이은 대중주의 부각 여부와 거래량, 고객예탁금, 주식형 상품 증가 등을 꼼꼼히 살펴 유동성 유입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주말을 앞둔 금요일 증시는 최근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과 발맞춰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유동성 기대감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합병 국민은행이 재상장되며 주도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인 지켜보기 = 강력한 매수 주체로 떠오른 외국인은 이달 들어 엿새 동안 6,036억원의 유동성을 불어넣었다. 이미 올들어 월간 단위로 두 번째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한 지난달 1조3,954억원의 절반 수준을 사들인 셈이다.
이 추세라면 깜짝 금리 인하 등으로 무차별적인 매수에 나섰던 지난 1월의 2조7,080억원 순매수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올들어 열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 채권 투자 메리트가 급감한 가운데 지난 3/4분기 통화증가율이 12%에 달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이 최대 강점이다.
또 합병 국민은행 비중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당분간 급격한 매도우위로 돌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요일 나오는 11월 첫째 주 미국 주식 펀드의 자금 동향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달 중순 50억달러가 순유입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AMG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한 주 동안에는 전체 주식 펀드에서 18억달러가 유출, 2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 선행지표, 움직이나 = 거래량이 모처럼 하이닉스 도움없이 5억주를 웃돌았다. 종합지수는 어느덧 매물대 상반부를 타진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는 동안 거래량 증가를 통한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정시 급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날 거래량 5일 평균선이 닷새 연속 5억주 위에 머물면서 20일선을 뚫고 올라간 가운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밀집한 매물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돌파하기 위해서는 평균 거래량이 6억주를 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국민은행 재상장은 재료 노출이라는 측면에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금융주에 대한 매기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거래량 증가를 한 몫 거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 있다.
◆ 개인, 매수 가담 언제쯤 = 개인은 8일 엿새 연속 매도우위를 이었다. 개인은 최근 13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다른 방향의 매매 패턴을 구사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돌입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군이 개인이 선호하는 은행, 증권, 건설 등 '대중주'인 점을 감안했을 때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 가담 없이는 본격적인 금융 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수 급등에도 꿈쩍하지 않고 꾸준히 차익 실현에 주력하던 개인은 이들 종목에 두터운 관심을 드러내며 매수에 가담할 뜻을 내비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매도우위였지만 수량 기준으로는 466만주를 사들였다. 일정 부분 수익을 낸 기술주나 업종대표주를 고가 매도한 대신 저가 대중주 비중을 확대한 것.
보험주가 지난주 선도주로 나선 이후 은행주와 증권주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개인이 참여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관계자들은 개인이 이미 많이 오른 업종대표주보다 저가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한차례 조정을 거친 후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 후행지표, 체크 = 거래량이 주가에 한발 앞서 움직인다면 자금 유입은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주식에 60% 이상 투자해야 하는 순수 주식형 펀드가 6조원에 육박했다. 고객예탁금은 사흘째 늘면서 8조5,000억원대를 회복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순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조9,756억원으로 6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 10월 말 5조8,933억원에서 823억원 증가했으며 주가가 본격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만들기 시작한 지난 9월 말 5조6,038억원에 비해선 3,718억원 늘었다. 사상 최저 금리 시대를 맞아 간접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장기증권저축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이 포트폴리오 재편을 구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미하나마 주식형 펀드 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신호로 해석된다.
주식형 펀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후행 지표로 대기 매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14일만에 8조5,000억원대에 올라섰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7일 현재 8조5,465억원으로 전날보다 553억원 증가했다. 지난 9월 말 8조2,205억원에서 3,260억원 가량 증가했다.
◆ 유동성 기대감 현실로 = 국내외의 풍부한 유동성에 비해 투자할 곳은 마땅찮다. 이런 점에서 유동성의 증시 유입이 현실로 나타나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와 더불어 주변 지표도 미약하나마 개선되고 있다. 다만 올들어 유동성 보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증시 주변을 맴도는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끌어 낼만한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현장세를 '제한적인 유동성 장세'로 표현하는 데에는 이의가 없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면 물밀 듯이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유동성 기대감만으로의 상승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