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민중의 숨결이 만든 결정체"..대하소설 '한강' 펴낸 조정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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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씨(58)가 대하소설 '한강'(해냄출판사)의 1부(3권)를 펴냈다.
'한강'은 '아리랑'과 '태백산맥'에 이은 그의 세번째 대작이다.
내년 3월까지 전 10권으로 완간될 예정.20세기 한민족의 1백년 근·현대사를 대하소설 3부작에 담으려는 작가의 구상은 이번 작품으로 완결되게 된다.
"전작 '아리랑'이 을사보호조약부터 8·15 해방까지의 수난사를,'태백산맥'이 해방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념 갈등과 분단사를 각각 그렸다면 '한강'은 격동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룬 것입니다"
한강의 1부 '격랑시대'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5·16 쿠데타,박정희와 윤보선의 대결이라는 시대의 격랑을 민중 중심의 역사의식과 토속적인 방언으로 펼쳐보인다.
전체적으로는 1959년부터 80년대 광주항쟁까지를 다루고 있다.
"원래 92년 대선까지를 다루려고 했어요.
그러나 '80년대를 소설화하기에는 역사적 거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광주항쟁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소설은 박정희 통치시대의 독재와 민주화 열기 등 역사의 획을 그은 주요 사건을 무대 전면에 펼치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분단의 고통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월북자의 아들 유일민,출세를 위해서는 변신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 강기수,가난의 굴레를 벗고 입신양명을 꿈꾸는 젊은 법조인 이규백과 김선오,주먹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서동철,무너져가는 독립투사 집안의 허진 등.
첫 장면은 전남 강진 출신의 유일민이 동생과 함께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이다.
그 쓸쓸한 풍경의 배면으로 '밤새 무성하게 돋아난 서릿발'로 싸늘하게 얼어붙은 세상이 펼쳐진다.
"역사란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것이 아니라 민중 하나하나의 숨결이 이뤄놓은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이란 작품 제목은 '한스러운 강'을 넘어 '하나 되어 넓고 크게 흐르는 강'의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지요.
분단의 비극과 산업화의 그늘,독재의 사슬에도 죽지 않는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할까요"
그는 "우리 현대사를 압축하면 분단 강화와 경제 발전으로 압축되지만 경제적 성취가 높을수록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몸부림의 기둥들이 되어 떠받쳐왔다"며 "그 거대한 인간의 탑,노역들이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땅의 비극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데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