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막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국내외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의결과가 21세기 세계경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기정사실화 되다시피한 뉴라운드 출범이 그렇고 중국과 대만의 WTO 가입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가 동시불황을 겪고 있는 어려운 시기라서 이런 변수들이 더욱 주목받는 것 같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 뉴라운드의 장래가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농업시장 개방,반덤핑협정 개정,환경보호 강화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해 각국별로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만 봐도 복잡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뉴라운드 출범이 실패하면 세계교역이 위축될 것이 뻔한 마당에 우리가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자유무역기조를 지지하면서 사안별로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농산물시장 개방이다. 오는 2004년이면 쌀시장 개방에 대한 유예시한이 만료되고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유예조치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국내 쌀시장을 지켜온 무역장벽의 전면적인 관세화가 불가피하다.관세부과 상한선은 86년부터 88년까지 3년 평균 국내 쌀값과 국제가격의 차이인데 이정도로는 국산 쌀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해 자칫 국내 쌀생산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우려도 없지 않다. 쌀농사를 포기하자니 식량안보와 수많은 농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쌀시장을 지키자니 통상마찰을 피할 수 없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관계당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한 대응도 만만치 않다. 중국시장 개방으로 기대되는 이득도 많겠지만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무역불균형 확대로 인한 중국과의 통상마찰 방지가 발등의 불인데,값싼 중국산 농림수산물과 공산품의 국내유입으로 인한 국내산업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관계당국은 반덤핑 판정기준,긴급관세와 조정관세 부과절차를 객관적으로 명확히 하고 중국측과 사전교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산지증명 등 유통경로 정비,국내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