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대성학원 등 주요 입시학원들이 9일 내놓은 가채점 결과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자료를 내놓은 입시 관계자들조차 "전화조사 등을 통해 자료를 만들긴 했지만 중위권 수험생의 경우 최대 80점까지 하락할 것 같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도 믿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다수 고등학교는 수능 이후 수험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졸업고사를 실시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침울한 모습이었다. 담임교사들은 실망한 학생들이 자칫 졸업시험을 포기할 것을 우려해 전날밤부터 학생과 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신성적도 중요하다"며 당부했지만 평소 시험 때와 달리 학급마다 지각자들이 속출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서울 시내 G고교의 고3 담임교사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졸업시험을 보기 위해 자기자리를 지켰지만 시끌벅적하던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며 "시험감독으로 들어온 교사들도 학생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번 수능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다"고 말했다. 강남 C고교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점수 하락이 모든 학생들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교사와 학부모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입시정책이 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솔직히 이번 시험은 말이 안된다"며 "자율학습과 모의고사를 없애놓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낼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이창화 교수는 "수능 충격이 가족 전체로 번져 수험생의 불안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며 "다른 사람도 같은 상황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