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는 끝났다. 다음주 (월드컵이) 개막돼도 문제 없다" 본 대표팀과 이탈리아 대표팀의 친선 게임(7일)을 엿새 앞둔 지난 1일.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인 트루시에 감독은 시합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자신에 찬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싸움에 나설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수의 입장인 그로서는 대표팀의 전력과 사기가 충천해 있으니 걱정말고 지켜봐 달라고 주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력, 그리고 전술중 어느 하나도 모자랄 것이 없다는 뜻에서 던진 장담이었다.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행사를 총지휘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본의 준비상황은 그의 호언장담을 그대로 갖다 붙여도 크게 무리가 없다. 90년대 초부터 월드컵 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던 일본은 우선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인 경기장 문제를 완전 해결했다. 가장 공사 속도가 늦었다던 고베 경기장이 지난달 이미 완공됐으며 요코하마와 결승전 유치를 놓고 경합했던 사이타마 경기장은 한발 앞서 초현대식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수용인원 6만3천7백명의 축구전용으로 건립된 이 경기장에서는 일본의 월드컵 첫 게임이 열리기로 돼 있다. 일본은 전력평가의 호기가 될 이탈리아 대표팀과의 7일 게임도 이곳에서 치렀다. 무대 설치를 끝낸 것이나 다름없는 일본은 경기장 완공을 계기로 전국 11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바람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월2일부터 '카운트 다운 투 2002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이달 11일까지 계속되며 퀴즈, 기념촬영, 경품추첨 등 다양한 볼거리를 앞세워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를 드높이고 있다. 행사주체인 일본조직위(JAWOC)는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요코하마, 니가타, 미야기등 개최지의 지방방송국과 손잡고 특별 중계방송을 실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축제 분위기 연출을 유도하고 있다. 월드컵 성공의 또 다른 열쇠를 쥐고 있는 지자체들의 열성 역시 조직위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경기를 치를 10개 현의 행정 당국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준비 상황, 이벤트 소식을 수시로 공개하면서 시민들과의 열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경기장 건립, 게임 일정, 입장권 판매 등에 관한 소식이 상세히 들어 있어 시민들은 월드컵 소식을 안방에서 클릭 한번으로 모두 챙기고 있다. 월드컵을 문화, 관광의 진흥 계기로 삼으려는 지자체들이 한결 같이 관심을 쏟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각국 대표팀들의 훈련 캠프 유치다. 조직위로부터 모두 82개소를 훈련캠프로 공인받은 지자체들은 대표팀 유치가 고장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절대 호기라고 판단, 저마다 좋은 조건을 내걸고 교섭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표팀 유치를 확정한 곳은 전회 우승국 프랑스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가고시마현 밖에 아직 없다. 조직위의 엔도 야스히코 사무총장은 "지자체마다 지역 활성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오는 12월 대진 추첨이 끝나면 물밑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초긴축 재정으로 행사를 치르려는 조직위와 지자체들이 기반 시설 못지 않게 신경을 쏟는 대목은 자원봉사자 활용이다. 조직위는 98년 프랑스 대회의 예를 감안할 때 모두 1만8천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미 확보를 끝냈다. 조직위의 오사와 도시오 지방업무부장은 "자원봉사자야말로 행사의 얼굴"이라면서 "전국 각 지부를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의 60~70%는 영어와 스페인어 등 각국 언어에 능통하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직위는 관객유도, 좌석안내, 관계자 영접, 전산, 보도지원 등의 업무를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긴다는 방침으로 현장 실무를 포함, 2~5일씩의 연수를 실시해 놓고 있다. 오사와 부장은 "자원 봉사자들 중에는 지난 5월말의 컨페더레이션컵 행사에서 땀흘린 사람들도 많다"며"월드컵이 일본에 스포츠 볼런티어를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