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1,280원선 내려설까, "수급 vs 당국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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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지지선의 잇단 붕괴를 맛 본 환율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예기치 못한 급락세를 맞닥뜨리고 2달여만에 1,280원대로 재진입한 환율은 다양한 변수들의 조합을 놓고 방향 설정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4월이후 번번이 좌절된 1,280원 하향 돌파가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인지, '역시나' 단단한 지지력을 확인할 것인지가 이번 주 외환시장의 화두다.
외국인 주식순매수의 지속에 따른 달러 공급요인 축적이 수급상 환율 하락의 기제로 작용한다면 1,280원에 대해 이전부터 강한 방어의지를 표명했던 외환당국의 개입이 반대편에 도사리고 있다.
시장이 일단 하락을 위한 제반여건이 우세한 상황에서 저항을 얼마나 받으면서 조정장세를 띨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주(12∼16일) 환율은 1,280원 지지여부에 관건을 둔 가운데 추가 하락과 반등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딜러들이 예상한 환율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76.94원, 고점은 1,290원. 불과 일주일 새 지각변동으로 인해 환율의 주거래범위가 1,290원대에서 1,280원대로 자리이동했다.
이번주 환율 전망치는 지난주 장중 기록한 저점인 1,280.20원에서 낙폭이 크지 않으나 고점인 1,297.50원에서는 큰 폭으로 낮아진 수치다. 지난주 1,280원을 뚫고 내릴 수 있을만큼 강력한 하락세가 일단 막힌 바 있어 경계감은 커져 있는 상태다.
12명의 딜러들이 1,270원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으나 지난주와 같은 적극적인 낙폭 확대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당국개입에 의한 1,280원 지지에 대한 경계감이 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시적으로 진입을 시도할 뿐 지난 4월이후 1,280원을 확실히 뚫고 내려선 적이 없어 시장참가자들에게 이 선이 '절대바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이유다.
위쪽으로는 1,290원이 확실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2명의 딜러들이 1,290∼1,295원을 고점으로 봤으며 나머지도 1,287∼1,289원에 이를 기대고 있어 반등도 1,280원대에서 이뤄질 것이란 견해가 유력하다.
◆ 하락 추세의 연장 = 지난주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한동안 인정되던 1,295원을 뚫고 내려선 데 이어 1,290∼1,310원 박스권의 하단마저 단숨에 돌파했다. 지난주 월요일이후 환율은 나흘 연속 내리면서 14.40원이 빠졌다. 2개월여 중 가장 낮은 수준인 1,283.10원에 한 주를 마감했으며 모처럼 외환시장이 활력을 찾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급락세는 무엇보다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나온 외국인 주식순매수에 따른 물량 공급 부담 등 수급에 의해 좌우된 측면이 강했다. 증시 강세 등 주변여건도 환율 하락을 도왔다. 반면 테러사태 이후의 불안감과 펀더멘털의 악화는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확연하다.
일단 추세적으로 하락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관건은 1,280원 하향 돌파 여부다.
1,280원을 놓고 주춤하는 것은 일단 지난 4월 이후 확실하게 이 선을 뚫고 내린 적이 없으며 당국의 마지노선이 여기에 걸려있음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1,280.20원까지 내려섰다가 반등한 것도 1,280원선 초반에 촘촘하게 널린 국책은행의 매수세로 달러되사기(숏커버)에 서둘러 나선 탓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당국의 그림자에 움찔한 것이다.
지난 8월에도 1,280원 하향 돌파가 시도되면서 31일 1,278원까지 내렸던 환율은 다음날 이내 1,280원대로 복귀하면서 오름세를 탔던 기억이 있다.
◆ 수급 VS 당국 의지 = 하향 추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1,280원에 대해서도 경계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대결 구도는 1,280원을 깨고 내릴 수 있는 물량 공급여부와 1,280원을 사수하려는 당국의 의지다. 이같은 구도가 팽팽할 경우 외환시장은 다시 박스권내에서 침체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힘의 균형에 의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지난주와 같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가 계속 된다면 별로 힘 쓸 도리없이 환율은 1,270원대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하향 추세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추세는 일단 하락이며 속도가 문제"라며 "수급상 공급우위를 확인했으며 반등을 매도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세 부진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280원이 저항을 받겠지만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다른 은행의 딜러는 "수급상 흐름에 의해서만 하락했으며 펀더멘털 개선이나 경기회복의 징후는 눈에 띠지 않고 있다"며 "외부의 큰 물량이나 이슈가 없으면 1,280원은 깨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역외세력도 저가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 낙폭 확대에 따른 기술적인 조정과 달러/엔의 반등 예상 등도 외환당국의 사수의지에 비춰 1,280원대를 지지?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하루 변수들의 변동에 따른 움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시 등 주변 여건의 변화나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이 어디로 튈 지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심리 변화와 역외매수세 결여로 단기간 급락이 이뤄졌다"며 "이에 대한 조정과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이 반전될 경우 1,290원 위로의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