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틈새시장서 '날갯짓' .. 위치파악 불가능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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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단말기 제조업체인 T텔레콤의 김모 사장(41)은 최근 뜻하지 않은 전화 주문을 받고 입을 다물수 없었다.
내수 판매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던 삐삐를 개당 12만원씩 1만2천개나 공급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시중 판매단가가 2만원에 불과한 실정에서 이 주문은 "대박"이나 다름없었다.
휴대폰에 밀려 멸종을 눈앞에 두는 듯 했던 "삐삐(페이저)"가 행선지를 숨기고 싶어하는 "높으신 분들" 덕택에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고객은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기업인 등.김 사장은 "휴대폰은 GIS(위치추적시스템)를 이용하면 어느 지역 어느 건물에 있는지 정확히 드러나지만 삐삐는 수신만 하는 단방향 통신 단말기여서 위치파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모시는 의원 허리춤에 삐삐를 채운 K 보좌관은 "도청과 미행의 눈길을 피하는데 삐삐가 필수품"며 "위원님은 일과후엔 측근들만 번호를 아는 삐삐만 들고 움직인다"고 귀뜸했다.
수도권지역에서 "015" 서비스망을 운영하는 서울이동통신 관계자는 "의사와 군인,경찰,소방관 등 특수계층외에 보안용으로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지난 상반기부터 가입자 감소추세가 주춤하면서 3만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망인 "012"를 운영하는 최대 사업자인 인테크텔레콤측도 "지난 5~6월께부터 신규 가입과 계약 해지건수가 비슷한 비율을 보이며 가입자가 24만명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