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종 생산설비에 대해 보험에 새로 들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보험대란에 휘말리고 있다. 미 테러사태 이후 보험료가 예년보다 크게 뛴 데다 가입조건마저 까다로워져 거래보험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각종 생산설비에 대한 재산종합보험을 새로 가입하면서 전년보다 1백50% 이상 늘어난 보험료를 냈다. 이 회사의 전체 보험가액은 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보험료만 1백억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그나마도 보험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프랑스 스코르사 등 30여개 해외 재보험사에 분산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최근 보험계약을 갱신한 대한해운도 지난 5년간 사고손해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해보다 5억원 늘어난 20억원의 선박보험료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년도 계약갱신협상을 벌이고 있는 SK도 평균 보험요율이 1백% 이상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기업들의 보험가입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특히 손해율이 높은 대형물건의 경우 높은 요율을 제시해도 인수하겠다는 재보험사를 찾기 어려워 무보험상태에서 들어가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보험 기업은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져 해외 수출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재보험 등 국내 보험업계는 통상 매년 연말께 세계 재보험사들과 계약갱신협상에 들어가 새해 1,2월중 계약을 체결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해외재보험사들이 인수능력 부족을 이유로 협상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조9천3백억원에 달했던 국내재보험시장도 위축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내년에 기업 보험료가 어느 정도 오를지조차 예견하기 어렵다"며 "과거 대형사고 경력이 있는 기업은 요율에 상관없이 보험가입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미국의 하트포드와 영국의 로열앤선얼라이언스 등 2개 재보험사는 국내 보험업계에 신규계약 및 갱신업무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또 뮌헨리 스위스리 등 대형재보험사들도 선별적으로 국내물건을 인수하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