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05
수정2006.04.02 05:08
하이닉스반도체가 세계 D램 업계 재편의 태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빅딜에 의해 탄생한 세계 D램 업계 3위의 하이닉스가 또 다시 합병이라는 '메가딜'에 나섬으로써 업계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물론 D램 가격의 바닥 탈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하이닉스의 설비 매각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생존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업체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왜 합병을 추진하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하이닉스는 1년 가량의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출자전환 등으로 인한 연간 이자비용 감소예상분 4천2백억원과 신규 지원자금 6천7백억원으로는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D램 반도체 업계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분야 투자를 세차례나 줄이고도 총 4조4천억원을 설비 확장 등에 쏟아부었다.
또 3백㎜ 웨이퍼를 양산하는 등 경쟁업체 따돌리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30% 가까이까지 끌어올렸다.
적자에 허덕이는 마이크론의 올해 투자 규모도 2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하이닉스는 올들어 현재까지 고작 2천억원 가량밖에 투자하지 못했다.
자금난으로 시장에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이대로 가다가는 선두 그룹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다시 한번 하이닉스가 경영난에 봉착하게 될 경우엔 채권단으로서도 더이상 지원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D램 가격이 최근 반등하고는 있지만 내년도 1.4분기에는 다시 또 비수기가 돌아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병을 하게 되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합병 전망은 =전세계 D램업체들이 제각각 다양한 합병과 구조조정 방안을 암중 모색중이어서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워낙 강해 협상 여지가 많지 않은 것으로 하이닉스측은 보고 있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인피니언 등 다른 업체와 합병하는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인피니언은 도시바로부터 D램 합작 제의를 받은 상태이나 진척이 없다.
대신 대만 업체들에 대해 합작을 제의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자금력이 달려 모기업인 지멘스가 지원에 나설지가 결정적인 변수다.
하이닉스와 채권단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도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으며 대만업체 컨소시엄과의 제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섭 사장은 "자구 노력이 순조롭게 추진되면서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자금 사정이 좋아질 경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해 독자 생존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불투명해지는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출자전환으로 대주주가 되는 채권단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