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이, 응급처치로 원상복구 .. '야간 응급치과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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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속초에 사는 이모씨(62)는 밤 10시께 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뎌 앞니 3개가 크게 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인근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야간 응급치과 진료를 하는 곳이 없었다.
수소문끝에 연세대 치과병원이 야간 치과진료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새벽 3시께 병원에 도착한 이씨는 치과의사의 응급처치로 3시간만에 치조골이 무너진 잇몸을 수습하고 흔들거리는 이를 고정시켰다.
다행히 이를 빼거나 새로 보철할 필요없이 간단한 신경치료 만으로 예전의 치아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야간에 교통사고, 폭행사건, 취중 낙상사고 등으로 얼굴이 다치고 골절이 일어나면서 이가 부러지거나 턱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야간 사고가 발생해도 마땅히 치과 치료를 받을 병원이 없어 환자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연세대 치과병원, 경희대병원 등 극히 몇몇 병원을 빼고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야간 치과진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밤새 뜬 눈으로 고통을 견디며 전전긍긍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고 치아가 크게 손상된 경우 결국 자연니를 빼고 새 치아를 보철해 넣어야 한다.
의료전문가들은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치과응급치료체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찬영 연세대 치과병원 진료부장은 "보통 외상이나 골절을 치료하다보면 치과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이가 심하게 손상돼도 40분 이내에 응급처치만 잘하면 거의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며 야간 치과응급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아뿌리에는 치아와 잇몸뼈 사이에서 치아를 지지해주는 치근막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따라서 상한 치아는 우유에 담그거나 또는 젖은 거즈에 잘 싸야 치근막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잇몸에 묻어놓은 상태로 병원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세대의료원은 1970년대 초반부터 응급실에 매일 치과의사 1명을 야간에 배치하고 있다.
각종 사고로 응급실을 찾아오는 환자중 하루 평균 5명 가량이 치과의사의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연대 치과병원 응급실에도 별도로 치과환자만을 위한 의사가 배치돼 밤에 갑작스럽게 생긴 치과질환, 낮에 받았던 치과치료가 잘못돼 갑자기 도진 통증 등을 치료해 주고 있다.
경희대병원도 야간 응급실에 치과의사 1명을 배치하고 있다.
이충국 연세대 치과병원장은 "치과질환이 목숨과 직결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턱이 깨진다든가,잇몸 전체가 손상당했을 경우 전문적인 치과응급처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고 차후 치료기간 및 비용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한 김모씨(50)는 "치과적 손상을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치료해 나중에 원상회복이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서울대병원 등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국립대병원들도 하루빨리 야간 치과당직의사를 배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