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단기 급등을 이끌어낸 주도주와 매수주체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13일 증시에서 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처음으로 약세로 출발, 석달만에 등정한 580선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는 반도체 현물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차익 매물을 소화하지 못한 채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어렵게 올라선 20만원대를 손쉽게 내주며 1.50% 약세를 보이고 있고 전날 무더기 상한가를 보였던 반도체장비주, 컴퓨터주도 대부분 약세로 돌아섰다. 급등의 주재료인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요인으로 추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 데다 판매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력한 매수주체로 나섰던 외국인은 전날 매수규모를 줄이더니, 이날엔 여드레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도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추가적인 대량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선호주 지분율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선 가운데 가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가 나흘 연속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무리한 비중 확대보다는 차익 실현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14분 현재 581.31로 전날보다 3.17포인트, 0.54%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0.69포인트, 1.01% 빠진 67.70을 가리켰다. 이날 조정은 골이 깊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짧은 조정이 긴 상승으로 연결되는 계단식 강세장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추가 상승을 위한 에너지 비축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매물 소화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수관련 대형주가 대부분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온 터에 종합지수의 추가 상승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에서 조정 장세에 대비한 종목별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시장의 매기는 여전히 반도체 등 기술주와 금융주에 쏠려 있으나 이들 종목의 경우 일부 현금 확보의 기회로 삼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분기 실적 시즌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세계적인 유동성 보강, 국내 증시 주변 자금의 우호적인 변화,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했을 때 추가 상승도 가능하겠으나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추세 전환에는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분기 실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부정적인 펀더멘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술주보다는 연말을 앞둔 배당투자유망주나 지속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수혜주인 건설주 정도로 매매 범위를 제한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현 장세는 기술적 반등 수준을 넘어선 상황으로 일시 조정을 거쳐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증시의 동반 강세, 고객 예탁금 등 유동성 증가, 재고 감소 등을 고려하면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리저리 옮겨다니기 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은행, 통신, 내수관련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는 것이 수익률을 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