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반군 북부동맹이 수도 카불을 점령함에 따라 6주전 개시된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영국 등 연합군측은 탈레반 정권의 카불 퇴각을 아프간 공습 개시 이후 최대 전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합군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부동맹이 카불에 단독으로 입성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북부동맹이 카불에서 유혈보복을 벌일 경우 오사마 빈 라덴과 비호세력인 탈레반 정권에 대한 응징을 목표로 시작된 아프간전쟁이 아프간 민족간 분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2일 북부동맹이 점령한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는 민간인 약탈과 폭력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동맹의 주력부대인 우즈베크인들과 탈레반의 지지층인 파슈툰인은 역사적으로 경쟁관계였으며 1990년대 이후 죽고 죽이는 혈전을 계속해 왔다. 미국은 그동안 군사적으로 보조를 맞춰온 북부동맹에 카불에서의 보복행동을 억제하도록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아프간 각 민족과 정파들을 포괄하는 중립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불에서 퇴각한 탈레반 정권이 급속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에서는 밀렸지만 남부에서는 여전히 전략요충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굳건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