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08
수정2006.04.02 05:11
아메리칸항공 587편이 12일 추락 한 직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파타키 뉴욕주지사가 기자회견중 받은 첫 질문은 테러 관련 여부였다.
"현재로선 어떤 결론도 내고 싶지 않다.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를 지켜보자.그러나 최악(테러관련 사고)보다는 희망(단순 사고)쪽으로 생각하자.이번 사고로 뉴욕 인근의 경계태세가 특별히 강화되진 않았다.
9·11테러 이후 계속돼온 경계강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줄리아니 시장)
곧바로 흘러나온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들의 사고 경위 논평도 여객기의 기계적 결함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륙 직전 조종사와 공항통제소 간에 테러 관련으로 점칠 수 있는 특별한 교신은 없었다"(FBI 관계자) "사고 전후 존 F 케네디 공항 상공에서도 이상 징후가 없었다"(국방부 관계자)
시간이 지나면서 테러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이번 사고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매리온 블래키 NTSB 위원장은 "현재까지의 정보를 종합해 볼 때 항공기 추락은 사고로 추정된다"며 테러 관련설을 잠재웠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날 밤 늦게까지 사고경위가 최종 밝혀지지 않은 만큼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아니더라도 미국민들은 초긴장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빈 라덴과 그가 은신중인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 궤멸을 위한 공격이 계속되면서 혹 있을지 모를 보복테러를 우려하던 차였다. 빈 라덴의 핵무기 보유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탄저병도 지난달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 고개를 숙이는듯 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최근 11곳의 의원 사무실에서 탄저균 포자가 또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항공기 추락사고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국토안보국이란 정부기구가 신설되고 공항주변의 보안이 전쟁에 준할 정도로 강화됐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허탈감에 빠져 있다.항공기 추락 직전에도 정찰용 전투기가 뉴욕 상공을 날고 있었다.9·11테러 이후 두달이 지난 이날 미국은 안전제로지대의 살얼음판 같은 우울한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