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강의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교수님이 계신다. "꽃이 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까?" 나오는 대답들은 주로 이렇다고 한다. "색깔이 아름다워서" "향기가 좋아서" "화려해서" 등등….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교수님이 원하는 답은 바로 이것,"시들기 때문에 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공부하게 될 학문의 상대적인 의미까지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곧 시들 것이라는 절박한 애틋함이 결여돼있다면 꽃은 그만큼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젊음이 빛나는 이유,계절이 빛나는 이유 등 모든 자연 현상은 시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자연현상도 아니면서 이런 이유로 늘 매력적인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골프'다. 한번 잘 치는 궤도에 오른 실력이라 해서 그것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지난번에 잘 친 샷이 다음번에도 꼭 나와주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늘 전전긍긍한다는 것. '아,무너지면 안되는데…''어떻게 하면 이 감을 잃어버리지 않을까?'하며 말이다. 어제 다르고,오늘 다른,이 열여덟살 소녀같은 변덕스러움 때문에 매료되는 것 아니겠는가? 쇠잔함 때문에 돋보이는 매력은 또 있다. 남의 몰락이 나를 돋보이게 하고,나의 몰락이 남을 돋보이게 하는 점 또한 상대적인 미의식과 일맥상통한다. 며칠 전 홍희선 프로와 라운드를 했다. OB를 내고도 68타를 가뿐히 쳐내는 그녀.나와는 별개의 인종인 듯 신비롭게까지 보였다. 그녀가 그렇게 빛나 보이는 이유,바로 그녀 옆에서 산으로 모래로 한없이 철퍼덕거린 내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와중에 나보다 더 철퍼덕거린 한 아주머니가 있었기에 내 샷도 돋보일 수 있는 것이고…. 그래도 꽃보다 골프가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꽃처럼 언제 몰락할지 예고하거나 전조증상마저 없어 더 짜릿하다는 점,그리고 꽃은 지고 나면 그만이지만 골프는 그렇지 않다는 점,비록 스코어나 거리라는 현란함은 줄어들더라도 대신 쇼트게임은 깊어지고,골퍼의 향도 깊어지고….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