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세계가 힘모아야 할 난민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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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및 워싱턴에 대한 무차별 테러 이후 외국인 혐오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슬람계에 대한 차별은 우려할 만하다.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난민들은 이같은 적대감 표출의 주요 대상이다.
외국인 혐오증과 싸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과제중 하나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특히 이같은 증오심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뉴욕테러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해온 나라였다.
4백만명 이상이 이란 파키스탄 등 인접국가를 떠돌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의 전쟁이 돼선 곤란하다.
또 어떠한 경우라도 이슬람 세계와의 전쟁으로 비화돼선 안된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및 인근 지역에서 긴급구호팀을 운용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1백50만명의 난민이 이란과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다는 가정 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대책범위는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수차례 아프가니스탄 인접국들이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것을 촉구해왔다.
난민들은 국경만 넘으면 적어도 임시거처와 식량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하다.
올해는 유엔 난민헌장이 제정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난민헌장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박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전쟁이 난민헌장 자체를 무력화해선 안된다.
물론 난민헌장이 테러분자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
난민헌장은 범죄자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하지도 않으며 테러행위와 관련 있는 용의자들을 보호해줄 수도 없다.
오히려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을 난민과 엄격히 구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UNHCR는 난민헌장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비단 여기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난민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발적인 본국송환,지역통합,재정착 등이 바로 그 해법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야말로 평화와 안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다.
해법이 더 중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는 임시거처는 진정한 '보호막'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난 1999년 코소보 전쟁이 점차 진정될 당시 이 지역에서 수십만명의 난민이 쏟아졌다.
세르비아인 로마인 등 코소보내 소수인종이 주로 난민이 됐다.
다행스럽게도 세르비아인들은 최근 코소보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UNHCR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들간 협력이 이같은 성과를 가져왔다.
보스니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스니아와 헤르체코비나에서는 99년 이래 모두 16만여명의 소수인종이 다시 정착할 수 있었다.
UNHCR는 현재 크로아티아 유고연방공화국 등과도 난민들의 안전한 귀향을 지원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도 똑같이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분명한 해결책이 없다면 이것은 난민들에게만 불행한 일이 아니다.
갈 곳 없는 난민들은 범죄에 쉽사리 빠져든다.
난민문제를 해결짓지 못한 채 수수방관한다면 사태는 점점 더 복잡해질 뿐이다.
난민들은 자신의 안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극단적인 방법도 동원할 것이다.
난민을 돕는 일은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난민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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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루드 루버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정례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