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국오츠카제약의 면접 대기실. 인사팀장이 서류전형과 1차면접을 통과한 20여명의 입사 희망자들에게 면접일정과 유의사항 등을 설명한 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가 지루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은 당구장에 다녀오세요" 순간 응시자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당구장? 혹시 이것도 시험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읽은 듯 윤찬진 팀장이 의문을 풀어준다. "근처 당구장에 얘기해 당구대 3개를 빌려 놨습니다. 아무 때나 가서 치세요. 여성분들을 위해선 PC방도 예약해 놨습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전문 의약품 개발업체인 한국오츠카제약의 '응시자 우대' 채용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입사원서를 접수한 한국오츠카의 경쟁률은 4백대 1. 10여명 모집에 4천명이 넘게 몰렸다. "우리 회사를 지원해준 응시자 모두 저희의 소중한 고객입니다. 이들에게 최대한의 배려와 대접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들은 이날 집단면접 토론면접 개별면접 저녁식사면접 등 4가지 코스를 거치는 동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대접을 받았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회사 안내로 응시자들이 향한 곳은 근처 고급 일식당. 2만원 상당의 회정식이 식사로 나왔다. 오전 일정 동안 서로 안면을 튼 응시자들은 '취업 걱정'을 잠시나마 뒤로 한 채 즐거운 한끼 식사를 즐겼다. 인사팀원들은 최대한 자신의 몸을 낮추며 응시자들의 작은 요구에도 일일이 응대해준다. 응시자 한사람 한사람이 회사 문을 들어설 때마다 고급 레스토랑의 지배인이 손님을 맞듯 정성스럽게 안내한다. 면접 중간중간 15년 가까이 인사업무를 담당해온 윤 팀장의 '미니 취업특강'도 곁들여졌다. 지역에 따라 3만∼5만원의 교통비까지 챙겨주는 회사의 마지막 배려에 몸둘 바를 몰라하는 응시자들은 "설령 입사를 못 해도 오늘 하루를 좋은 추억으로 삼겠다"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지난해 공채에 참가한 응시자들이 '한국오츠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회사에 고마움을 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 82년 일본 오츠카제약과 국내 제일약품이 7대 3으로 출자해 설립한 한.일 합작회사. 지난해 매출액은 3백52억원, 경상이익은 1백62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채용절차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아무리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도 원하는 인재가 없으면 두번이고 세번이고 채용절차를 반복한다고 한다. 자금과 시간은 몇 배로 들지만 '직원의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경험칙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윤 팀장은 "면접과정에서 회사가 보여준 애정과 배려는 직원들의 애사심으로 이어진다"며 "업계 최저의 이직률을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 덕택"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