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아시아 용(龍)들 중에서는 단연 돋보일 만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국 인도와 함께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 현안들도 마무리 단계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주가 상승률은 세계 2위이고 외평채 가산금리는 1%선 하향 돌파를 눈앞에 뒀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와 S&P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국내외의 평가다. 그러나 지표상 호전에도 불구, 수출 생산 등 실물경기 회복과 철저한 구조조정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신흥 시장국의 동반침체 수렁에 다시 휩쓸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동급 최강' =한국의 신용등급(BBB+)은 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AAA) 일본(AA+) 대만(AA) 홍콩(A+) 다음 수준. S&P는 중국 말레이시아(각 BBB)보다 한 단계 높게 평가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에는 대개 신용등급을 3단계 낮춰 매기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전(AA-)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면에서 한국은 아시아 네 마리 용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세다. 싱가포르는 작년 4.4분기 11.0%에서 올 3.4분기 마이너스 5.6%로 추락했다. 대만도 2.4분기 마이너스 성장(-2.4%)으로 돌아섰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외평채(2008년 만기) 가산금리는 13일 현재 1.06%로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 견실한 시장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14일 현재 테러 직전 대비 12.2%선 올랐다. 브라질이 16.1% 오른데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반해 홍콩(1.7%) 대만(-0.1%) 싱가포르(-12.5%) 태국(-17.7%) 등은 겨우 하락폭을 만회했거나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다. 환율 면에서도 원화 환율은 테러 전 대비 0.9% 하락에 머물렀다. AAA등급인 싱가포르의 환율이 3.8%나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 실물회복이 관건 =한국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모습인 것은 환란 이후 4년간 미흡하나마 구조조정에 힘써 내성을 기른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 정보기술(IT) 침체 충격에 빠져 있는 반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두번째 나라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콜금리 인하폭(1.25%포인트)이 경쟁국들(2∼3%포인트)보다 훨씬 작았지만 경제의 충격흡수 장치(전통산업 기반)는 쓸 만했다"고 말했다. 기초는 튼튼해도 8개월째 수출 감소 등 실물경기 부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 경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수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선 경기 부침을 피하기 어렵다.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등 구조조정 현안을 차질 없이 매듭짓고 특소세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통해 실물경기 회복에 만전을 기할 때란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