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차 이름을 말해 보세요" "제약기업의 구조에 대해 아는 대로 얘기하세요" "평소 감명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영어로 소개하세요". 인상 성실성 사회성 등 종래 포괄적 됨됨이를 평가하던 기업체 면접시험이 최근 '실전적 스타일'로 바뀌면서 지원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H그룹에 지원했던 김모씨(27)의 경우 뛰어난 필기시험 성적과 9백점이 넘는 토익실력을 바탕으로 합격을 자신했으나 면접에서 낙방했다. 김씨는 "우리 회사 생산제품이 무엇인가" "경쟁사를 아는가" "스판덱스란 무엇인가" 등등 구체적인 질문에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14일 인터넷 채용업체인 잡이스(www.jobis.co.kr)의 조사에 따르면 S그룹은 최근 진행된 면접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은"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어떤 질문을 하겠습니까" 등을 물었다. 건설계열 D사에서는 "건폐율이란" "종합건설업이란 무엇입니까" "친환경 건축 설계에 대해 말해 보세요" 같은 실무적 질문이 던져졌다. H자동차 역시 회사 제품 이름을 다 말해 보라는 물음 외에 "자동차 회사의 종류를 아는 대로 말해 보세요" "우리 차의 디자인에 대한 느낌은 어떻습니까" 등 회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H보험사에서는 보험의 정의, 생명보험의 장.단점, 우리 회사의 보험상품 설명 등과 같은 질의 응답이 오갔다. 또 다국적 컴퓨터업체인 I사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의견과 컴퓨터 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T그룹에서는 "희망하는 근무지와 부서를 말하고 그 부서의 특성을 설명하세요"라는 물음을 던져 응시자들을 쩔쩔매게 했다. 제약업체인 A사에서는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며 좋아하는 스포츠는 무엇인가" "제약기업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등의 회사와 관계된 질문이 있었다. 이밖에 "최근 읽은 책 가운데 인상깊었던 것을 영어로 말해 보세요" "유감스럽지만 두 분 다 지금 바쁘십니다를 영어로 말하세요" "당신의 동료와 상사가 의견 대립으로 언쟁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와 같은 영어회화 능력평가 및 일반적 상황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면접 질문이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은 면접관이 임원에서 실무 부서장으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잡이스의 이병철 기획부장은 "인간성 등을 주로 평가하던 면접이 업무능력 평가 위주로 변화되고 있다"며 "공채 지원자는 해당기업과 지원부서의 정보를 꿰뚫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