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내놓은 '대기업 정책 개선방안'은 기존 30대 그룹제도를 없애고 출자총액 규제를 받는 그룹과 상호출자 및 빚보증 금지대상 그룹을 나누어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자총액 규제는 현행 틀을 유지하되 예외규정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공기업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출자규제를 존속시킨채 예외 조항을 늘리는 편법을 썼다는 점에서 '땜질용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 출자규제 대상 그룹 축소 =지난 87년부터 시행됐던 '30대 그룹제도'는 폐지됐다. 대신 자산 총액에 따라 출자총액 규제대상 그룹과 상호출자 및 빚 보증 금지 대상 그룹으로 규제가 이분화됐다. 자산 총액이 5조원이 넘는 그룹은 현행대로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국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게 된다. 지난 4월 현재 삼성 현대 LG SK 현대자동차 한진 포항제철 롯데 금호 한화 두산 쌍용 현대정유 한솔 동부 대림 동양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에 새로 규제키로 한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7개 공기업도 포함된다. 최근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하이닉스반도체(자산규모 17조9천억원)와 현대건설(7조3천억원)도 출자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1백% 미만인 우량기업은 출자총액 규제 대상에서 빼주기로 한 만큼 포철(88.4%)과 롯데(74.5%)는 제외된다. 대림과 동양도 지난 7∼8월 각각 서울증권과 동양제과 등이 떨어져 나가 자산규모가 4조원대로 축소돼 출자규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실제 규제대상 그룹 수는 대략 22개가 된다. ◇ 출자총액 예외 규정도 확대 =기존에 영위하던 업종과 같거나 '밀접한' 업종에 대한 출자는 아예 출자총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반도체 생산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업체에 출자하면 출자총액에 산정되지 않고, 당연히 의결권도 제한받지 않는다. 공정위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신규 출자하는 업종이 기존에 영위하던 분야와 '밀접한'지 여부를 판정할 계획이다. 산업자원부가 마련한 '표준산업 분류'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거나 관련 부처의 확인을 받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출자하거나 1개 외국회사가 10% 이상 투자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출자 등도 출자총액에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또 민영화되는 공기업에 대한 출자와 정부가 30% 이상 출자한 정부출자회사에 대한 출자도 예외로 인정된다. 앞으로 출자 규제를 받는 22개 그룹은 이들 예외조항에 해당되는 사안에만 출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한도 초과 출자분을 처분할 필요는 없으며,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만 제한받게 된다. 의결권을 제한받는 출자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 강화된 규제 =상호출자와 빚 보증 금지대상 그룹은 대폭 확대됐다. 출자 규제를 받는 22개 그룹을 포함해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는 49개 그룹이 규제 대상이다. 22개 그룹외에 30대 그룹 일원이었던 대림 효성 등 15개 그룹과 대상 아남 등 신규 지정되는 8개 그룹 및 담배인삼공사 등 2개 공기업이 추가됐다. 출자총액 규제를 면제받은 포철과 롯데도 상호출자 규제는 계속 받는다. 이밖에 '소속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및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도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그룹으로 확대 적용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