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19
수정2006.04.02 05:21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공지영,김영사) ]
왜 사람들은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고 수도원에 들어가서 하느님의 종이 될까?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만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매김되는 세상에서 영혼 운운 하는 이야기는 사치에 속할지 모른다.
그러나 깊어 가는 가을날 '여러분들의 영혼은 모두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성공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해가면서 조금씩 깨쳐나가게 된다.
"새로운 사실이 태어나기 전에 반드시 영혼의 어두운 밤이 있다"는 조셉 킴벨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고 모든 것이 캄캄해진 후에야 비로소 필요했던 새 인생을 얻게 되는가 보다.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의 여자수도원인 아르정탱,프랑스의 남자수도원인 솔렘,갈멜수도원,스위스의 오뜨리브 수도원 등을 이리 저리 다니면서 자신의 단상을 정리해 놓은 단아한 산문집이다.
아름다운 수도원의 정경 사진들이 유려한 문장과 어우러져 있어 독자들은 미지의 수도원 여행에 푹 빠져들어가게 된다.
젊은 날의 방황을 접고 이제 막 돌아온 사람의 삶과 영혼 이야기는 저자만의 것이 아니다.
분주함과 치열함으로 점철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의 실마리를 줄 수도 있다.
저자는 "나는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님을 알았고,그래서 나는 구덩이에 빠진 기분이었고 그러니 사방이 막혀버려서 하는 수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했는데,그때 거기 하느님이 나 여기 언제나처럼 네 곁에 있다"고 털어 놓는다.
책의 중간 부분에 대단히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25세에 전미국 골프대회를 휩쓸고 난 후 10년간 세 번의 이혼을 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재기한 한 인간의 고백이 나온다.
"인생에서 제가 깨달은 사실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전에 우리는 35세를 넘어버린다는 겁니다.
처음에 저는 차가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포르쉐를 샀죠.그 다음엔 집을,비행기를….그러고 난 다음에 나는 행복은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겪어보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모르고 간과하기 쉬운 것이 범인(凡人)의 한계이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보지 않더라도 타인의 살아온 이야기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가 아니겠는가.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