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호리구치 유스케 < IMF 亞太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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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구치 유스케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 태평양 국장은 개별 기업 문제는 해당 기업과 채권단이 순수한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 DC IMF본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하고 은행 경영진도 순수한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대담=고광철 워싱턴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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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예상을 토대로 아시아 국가들이 97년말에 경험한 위기상황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이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는 IMF가 갖고 있는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미국경제가 테러참사 이전에도 하강국면을 지속해왔고 테러공격으로 인해 하향압력이 더 커졌지만 깊은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입을 영향은 어는 정도로 보십니까.
"주요 선진국의 경기하락으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분야의 수출타격이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국가들이 다시 제2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한국도 영향을 받지만 지난 97년 위기이전에 비해 한국은 여러가지 면에서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선 기업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진전됐습니다.
아직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금융부문도 호전됐습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단기부채를 상당부분 상환했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를 확보했습니다.
테러충격에도 불구하고 제2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비중이 싱가포르 같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낮습니다.
그만큼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출구조가 다변화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잘 극복할수 있는 여건입니다.
또 일본보다 더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는 유리한 조건입니다"
-IMF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상했습니다.
테러 참사의 영향을 반영한다면 성장률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얼마전 올해 성장률을 2%로 전망했습니다.
테러참사의 영향을 반영해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진 장관의 예상치는 적정하다고 봅니다.
2%보다 낮을수도 있고 더 올라갈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숫자로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테러참사의 영향이 올해는 4.4분기 3개월밖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년에 영향이 더 클 수 있습니다.
IMF도 테러참사를 감안해 세계경제전망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올들어 10번이나 단기금리를 내렸습니다.
한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유가 있다고 봅니까.
"테러전후 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 것은 잘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빠른 속도로 낮아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일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머문다면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을 완화할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 및 생존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IMF는 주로 경제정책에 촛점을 맞추고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개별 기업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는게 관례입니다.
개별기업에 관해서는 세계은행(IBRD)의 분석을 참조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평가를 부탁합니다.
"한국정부가 대우자동차 및 하이닉스등 대기업 처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은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런 기업들은 한국경제에 불안감을 조성할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의 처리는 그 기업과 채권단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조조정계획을 세우거나 자산을 팔거나하는 모든 일은 해당 기업과 채권단 양자의 순수한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민간은행들이 대부분 국유화돼 정부가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장기적으론 은행의 민영화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대기업 처리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이와 관련, 두가지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은행 경영진은 순수한 상업적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등 금융감독기구는 은행이 포트폴리오면에서 어느정도의 위험을 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부실채권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은행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지분제한을 4%에서 10%로 높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막 거론된 문제인데다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논평을 하지 않겠습니다.
좀 더 상세한 분석을 한 후에야 논의할수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제도적이거나 법적인 면에서 추가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기업부도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채권단 대주주 및 소액주주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할수 있는 장치가 중요합니다.
채권단과 해당기업 및 주주들에 가장 유리한 상업적인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정부는 손을 떼야 합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은행 수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은행 합병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합니까.
"특정국가에 은행이 많은지 적은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는 통합과 합병입니다.
한국도 예외일수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도 은행합병이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 합병은 시장원리를 존중하고 상업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1년이상 남았는데도 레임덕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로인해 개혁을 추진할수 있는 힘과 의지를 잃고 있다고 보십니까.
"IMF는 경제기구이기 때문에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IMF가 접촉하는 한국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등 경제팀들의 개혁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믿습니다.
개혁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진념 부총리도 개혁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혁외에도 한국이 선택할 다른 대안도 없습니다.
정치적인 환경이 개혁정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줄수는 있지만 개혁의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집권 민주당과 한배를 탓던 자민련의 결별로 정치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아닙니까.
"집권당이 소수당으로 변했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질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안,구조조정법안등이 제시된데서 알수 있듯이 각종 법제안이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자체가 복잡해지고 있지만 개혁의지는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할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을 들수 있겠습니까.
강성 노조에 대한 거부감도 많습니다.
"정부는 지속적인 개혁을 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노조문제는 다소 민감한 사안입니다.
전반적으로 얘기하다면 노조가 개혁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우자동차 매각때도 노조가 초기에는 저항했지만 결국 잘 풀렸습니다.
정부가 사회안전망구축에 애를 쓰고 실업률을 안정시켜 나간다면 노조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의 실업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습니다.
일부 재벌이 개혁에 저항하는 듯한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개혁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일부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규제가 경기부양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정부는 재벌개혁을 위해 마련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많을 일을 했습니다만 그 역할이 약화돼서는 안됩니다"
-한국 정부는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때 정부가 지켜야 할 자세는 무엇입니까.
"두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경기하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와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경기하강기에는 적절한 거시정책으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구조조정문제는 여전히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고 현금흐름이 취약하다는 데서 찾을수 있습니다.
금융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기업구조조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습니다.
한국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갈 길이 멉니다.
부채비율을 더 낮춰야 하고 기업지배구조도 개선시켜야 합니다.
기업구조조정은 이제 시작됐을 뿐입니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