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 농촌진흥청장 suhky@rda.go.kr > 카타르 도하에서 폐막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의 뉴라운드 출범 합의와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 농업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우리 나라 농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쌀에 관한 문제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관계되는 것이기에 더욱 무거운 과제가 되고 있다. 쌀 농사는 우리 농업소득의 5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므로 굳이 '식량안보'나 '환경보전 가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민적 차원의 합의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정부는 1994년 UR협정 이후 쌀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지정리 69만ha 실시,쌀 전업농 7만2천가구 육성,미곡종합처리장 3백25개소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10a당 5백kg이상의 양질 다수성 품종을 개발 보급하여 올해의 경우 10a당 5백16kg의 수량을 거두었으며,벼 생력 저비용 재배기술 개발보급 등으로 벼농사에 드는 노력도 1994년 10a당 37.2시간에서 2000년에는 29.6시간으로 20%정도 절감시켰다. 그 결과 우리 민족과 영욕을 함께 해왔던 쌀이 남아돌아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는 처지가 된 것은 반만년 역사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양정 정책의 초점을 양질미 생산에 두고 일품벼 등 미질이 좋은 품종의 재배면적을 2005년까지 60%로 늘려 나가는 한편 질소 50% 감량재배,합리적 물관리 등으로 차별화된 영농과 함께 쌀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완전미(head rice) 만을 상품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직접지불제 대상농가 및 친환경농업 시범마을을 중심으로 기술지원 및 교육·홍보를 강화해 나가며,쌀로 만든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 보급하고,또한 라이스버거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 연구에도 힘을 쏟아 쌀 소비를 촉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과 함께 농업인들은 고품질 쌀 생산과 유통상품의 품질보증에 힘쓰고,소비자는 생산자와 유통 가공업자들이 좋은 쌀 생산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하는 파수꾼 노릇과 더불어 최근 펼쳐지고 있는 우리 쌀 사주기 차원을 넘어 '우리 쌀로 만든 가공식품 먹기'까지로 이어 갔으면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중지를 모아 응집된 힘을 펼쳐 나간다면 수입관세화 유예기간의 연장에 관한 재협상 시한을 3년 정도 앞두고 있는 쌀을 비롯한 농업개방이란 거센 뉴라운드 폭풍을 쉽게 잠재우며 튼튼한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