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6천만弗 복지기금 쾌척 .. '케네스 레이' 엔론社 CEO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에너지황제'로 불리는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6천만달러(약 7백80억원)가 넘는 퇴직금을 받지 않고 종업원 복지기금으로 활용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력과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미국 최대 에너지회사인 엔론은 최근 갑작스런 경영위기로 경쟁업체였던 다이너지와 매각협상중이며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매각이 끝날 전망.
그러나 레이의 임기는 오는 2005년이며 중간에 CEO를 그만두더라도 계약만기까지의 연봉을 모두 지급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의 연봉은 2천20만달러.
따라서 내년 여름 회사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3년치 연봉인 6천60만달러를 받아야 하고 다이너지측도 이에 동의했다.
레이가 퇴직금을 포기한 것이 순수한 자의는 아니다.
그의 퇴직금 규정을 알게 된 종업원들이 "너무한 것 아니냐"며 공식 항의하자 이를 즉각 받아들인 것.현재 약 2만명의 종업원은 다이너지와의 합병이 끝나면 절반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 여름 85달러선이던 주가가 지금 10달러 아래여서 조금씩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도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셈이다.
레이는 자신과 함께 고생한 종업원들을 위해 "합병작업이 완료된 뒤 다이너지측에서 어떤 위로금을 주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받지 않을 것"이며 "받아야 할 퇴직금을 기금화,남아있는 종업원들의 복지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직금 반납결정이 자의는 아니었지만 언론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퇴직금을 받지 않는다고 그가 쪽박을 차는 것은 아니다.
1986년 CEO가 된 뒤 15년간 평범한 파이프라인회사를 미국 최대 에너지회사로 키운 그는 그동안 연봉과 스톡옵션 행사 등을 통해 3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CEO'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 CEO직에서 화려하게 물러난 그는 회사가 어려워진 8월 다시 CEO 자리에 올랐으나 '구원'에 실패,자신이 일군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