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기자의 '패션읽기'] 한국시장이 불황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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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유명브랜드의 마케팅 팀장 A씨는 요즘 일손을 놓고 있다.
원래 연말이 코 앞에 닥친 이맘때 쯤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로 꼽힌다.
내년도 마케팅 예산 확정이라는 큰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 본사에서 예산확정을 미루고 있는 통에 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미 테러사태 이후 불어닥친 미국과 유럽 패션시장의 불황이 생각보다 심하고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본사에서 매출목표와 마케팅비용 광고이미지 등 2002년의 사업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 및 아시아시장에 대한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있다는게 A씨의 얘기다.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구치 루이뷔통 샤넬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장사해온 패션업체 대부분은 내년도 영업전략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 쉽사리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미국과 유럽의 패션시장 경기가 내년 9월께는 풀리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내년 상반기 장사.
브랜드마다 적어도 20∼30%의 매출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고민에 빠진 고가명품업체들이 돌파구로 찾는 것은 아시아시장이다.
최근 몇년새 일본은 물론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9월 뉴욕 테러사태 이후에도 아시아 매장의 판매액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의 경우 10월들어 오히려 매출이 좋아졌다.
원래 수입 고가의류 장사는 8,9월은 성수기,10월부터 1월까지는 비수기로 잡는다.
고가의류는 물건이 수입되길 기다렸다가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사가는 고객이 많아 제품이 떨어지는 10월 이후에는 매출이 현저히 줄어든다.
해외고급브랜드들은 각국의 주문량만큼만 만들기 때문에 더 팔려고 해도 팔 물건이 없다는 게 수입회사들의 푸념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시장의 물량을 재빨리 아시아쪽으로 돌린 올 가을에는 매출이 예년에 비해 20%이상 늘어났다.
루이뷔통과 샤넬은 10월 한달동안 매장당 6억∼8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20% 늘어난 수치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해외업체들은 긴급히 한국시장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다.
배정물량을 좀더 늘리는 한편 광고홍보비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내년에는 고가 명품업체들의 유혹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