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신운용 이기웅(41)본부장은 장이 끝나기 무섭게 후배 펀드매니저들에게 기업탐방에 나서라고 재촉한다. 주식운용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직접 방문한 기업만 4백개가 넘는다. 이 본부장은 최근 상승장에서 국내기관이 철저히 소외됐던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증시에서 "차티스트(chartist)들이 득세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종합주가지수 520~530에서 상당수 기관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하고 장에서 빠져나온 데는 이 지수대에서 기술적 분석상 여러 지표가 매도신호를 낸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당시 기업재고나 소재가격 등 현장의 움직임은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으며 더 이상 급속히 나빠질 가능성이 적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랠리에서 기관투자가가 철저히 매도 우위로 일관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별 운용사마다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기술주 위주로 주식편입 비중을 늘렸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 테러 사태 직후에는 단순히 과다한 낙폭에 메리트를 느꼈지만 이후 경기 측면에서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감지됐기 때문이다. 기업 탐방 결과 PC업체의 재고가 줄고 있었고 휴대폰 단말기 매출이 급증하는 한편 핫코일 등 소재가격이 회복조짐을 보였다. 경기가 V자형 회복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지 않은가. "그렇다. 최소한 내년 1·4분기까지는 추세 판단이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연초(1월1일) 0.01%포인트에 불과했던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가 지난 14일 현재 1.86%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5년물과 1년물 금리차가 같은 기간 0.18%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커졌다.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는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어떻게 해석하나. "지난 98년 말 외국인 보유 주식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6%였다. 현재 35.5%로 2년이 채 안된 기간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2백70조원이다. 이는 미국의 시가총액 8위 기업인 인텔 한 회사의 시가총액(2백73조원)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 1년 사이에 4.5%포인트에 달하는 금리 인하를 단행,잉여 유동성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시장이 1∼2년 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유입될 외국인 투자자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은. "펀드매니저에겐 '한 손에 재무제표,다른 한 손에는 차트'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 손에 재무제표,다른 한 손에는 현금흐름표'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PER(주가수익비율)나 실적 위주의 접근이 유효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현재가치,즉 캐시플로를 종목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다" -향후 증시를 어떻게 보나. "국내 증시의 PER가 7배 수준으로 과거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0.5배에 불과해 미국의 1.4∼1.6배와 큰 차이가 있다. 진전된 구조조정,금리 인하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유동성,높아지는 경기회복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절대 저평가에서 해소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연말 주가는 연중 최고 수준에서 마감될 것이다. 전자 철강 조선 자동차 유화 등 산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한국의 주가는 세계 경기에 선행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기업 탐방 결과 제일제당 삼성화재 대한재보험 등의 전통주와 대덕전자 유일전자 휴맥스 페타시스 등 전기전자 업체의 실적이 호전 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글=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