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충청포럼 초청 강연에서 '미국 테러사태 이후 국제정세의 변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을 감싸안을 수 있는 인간적인 신국제 질서가 성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엔 박준영 국정홍보처장,정태익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민주당 전용학 이재정 의원,자민련 정진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미국 테러관련=테러리스트들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하고 테러에 대처해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전세계가 동의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유럽,중국,일본 심지어 쿠바나 시리아까지 테러리스트들에게 상응한 징벌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왜 테러리스트들이 세력을 얻게 됐나 따져봐야 한다. 테러리스트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세력은 바로 소외된 사람들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전세계는 테러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삼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힘을 모아 테러리스트들을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테러에 대비한 국제단체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계질서 재편=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국제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동유럽의 벨벳혁명으로 독재체제는 무너졌지만 냉전붕괴 후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기아나 빈곤 등이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등장했다. 세계화 과정이 가속도를 밟으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국가간 격차가 커졌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여전히 절대빈곤 상태다. 또 대부분의 국가가 세계화의 과정에서 과실을 얻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를 '제2의 식민지화' 혹은 '미국의 독주'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선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세계화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세계화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돼선 안 된다. 또 획일적인 '세계화'가 강요돼서도 안 된다. 국제질서의 형성방안에 대해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으로 새로운 접점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정의롭고 인간적인' 국제질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이런 노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