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위스키 약주 등을 기호에 따라 섞어 마시는 혼합주가 주당들에게 인기인 모양이다. 맥주에 위스키를 넣은 폭탄주와 백세주에 소주를 탄 오십세주는 주당들에게 이미 일반화 된지 오래지만 최근에는 백세주를 기본으로 두산소주 산을 합한 '백두산주'와 보해소주 천년의 아침을 섞은 '천세주'도 등장했다고 한다. 전통 약주인 두산의 군주에 소주를 합해 '세자주', 진로의 전통 약주 천국에 참이슬을 타서 '천사의 눈물', 진로소주에 백세주 산 맥주를 혼합해 '소백산맥'이라며 마신다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소주에 매실주인 설중매를 넣은 소설주만 든다는 얘기도 있다. 퓨전문화를 익숙한 신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보기도 좋고 맛과 향이 부드럽다며 생맥주에 흑맥주를 섞어 마시고 맥주에 매실 체리 포도 등을 가미한 색깔맥주, 소주에 레몬 사과 홍차 등을 탄 소주칵테일을 즐긴다고 한다. 혼합주는 대부분 22~25도인 소주와 13~14도인 전통주의 결합으로 18도 내외에 그쳐 마시기에도 별 부담이 없고 마신 다음날 뒤탈도 없다고 한다. 혼합주가 유행하는 것은 도수 낮은 순한 술을 선호하는 음주행태의 변화, 비교적 싼 값에 고급술을 마시는 듯한 경제적 잇점, 술소비를 늘리려는 주류업계 마케팅 기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백세주에 위스키를 뇌관으로 한 혼합주를 '벤처주'라고 하는데 엉뚱하게 들리는 이 이름은 백세주를 만드는 국순당이 주류업계 최초의 벤체기업인 점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작명했다는 얘기도 돈다. 그동안 혼합주는 주당들이 만들었지만 이제는 주조회사에서 직접 제조하고 국제화까지 시키는 모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깃코만사가 자사의 소주 트라이앵글과 한국의 선양소주를 섞은 '트라이앵글 우정'을 개발했다는 언론보도가 그것이다.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소주에 대한 인기, 그리고 왕성한 혼합주 수요를 함께 읽을 수 있게 한다. 과연 섞어 마시는 술 문화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