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다시 농업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뉴라운드를 출범시킴에 따라 국내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연히 개방의 폭도 넓어진다. 93년 UR 타결 이후 정부는 농어촌 구조조정 자금으로 42조원, 농특세로 15조원을 퍼부었지만 농업경쟁력은 별로 나아진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빗장 열렸다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 평균 62%인 농산물 관세는 향후 4∼5년내에 대폭 축소될 것은 분명하다. 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당시만해도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점진적인 인하(10년간 24% 감축, 선진국은 6년간 36%)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아오던 마늘 고추 보리 참깨 등 많은 농산물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더구나 중국의 WTO 가입이 국내 농산물의 시장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쌀은 UR 협상때 관세화 대신에 국내소비량의 3∼4%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물량(MMA:Minimum Market Access)만 수입하도록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2005년부터는 수입량을 늘리거나 관세화해야한다. 그러나 국내 쌀값이 수입쌀의 평균 6배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시장을 개방할 경우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 농업정책 변화 불가피 =우리나라는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57조원(농어촌구조조정자금 42조원, 농어촌특별세 15조원)을 쏟아부어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계속적인 증산정책과 가격지지를 통한 농가보상이 이어지면서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논농사는 경지면적 1㏊ 미만이 전체의 75.7%를 차지해 여전히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규모의 영농화, 농업인력의 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농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쌀 증산정책을 지양하고 품질위주 정책을 펴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현금보상방식인 논농업 직불제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농가소득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현재 1㏊당 20만∼25만원을 주고 있는 보상금을 내년에는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외국 농산물과의 가격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농가에 대한 소득보전과 시장원리를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