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리처드 스나이더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조선호텔에서 만나 자동차 개발을 포기하면 모든 힘을 다해 현대를 지원하겠다며 포니 자동차의 개발을 포기토록 종용했었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외국의 주요 인사와 만나거나 해외출장 중에 있었던 일 가운데 이처럼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책으로 발간된다. 박정웅 전 전경련 상무(현 시너렉스 대표)는 통역 메모와 사례를 토대로 정 명예회장의 일화를 소개하는 책(가제:이봐,해봤어? 역경을 사랑한 정주영)을 올해 안에 펴낼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박 대표는 정 명예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으로 있던 74년부터 회장직을 그만둔 87년까지 전경련 국제업무를 담당하며 정 명예회장의 통역을 담당했다. 준비 중인 책 내용에 따르면 스나이더 전 대사는 정 명예회장에게 "자동차 독자 개발을 포기하면 현대가 조립생산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중동건설에서도 현대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만일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현대는 앞으로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정 명예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물론 정 명예회장은 "제안은 무척 고맙지만 사양하겠다.자동차산업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다.건설에서 번 돈을 모두 쏟아 붓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 책에는 또 게리 하트 전 미국 상원의원이 86년 방한했을 때 전경련 환영리셉션에서 정 명예회장과 이야기하는 중 "전두환 대통령이 내가 소련으로 가서 고르바초프 를 만나면 88올림픽에 소련이 참가해 줄 것과 북한이 방해하지 않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비화도 들어간다. 이외에 정 명예회장이 지난 82년 비밀리에 추진했던 중국 방문이 무산됐던 일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멀루니 전 캐나다 총리 등과의 만남에서 오간 대화와 에피소드 등이 담겨질 예정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