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사이버거래 시스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와 증시 침체로 주춤했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업그레이드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 지난 상반기에 삼성 LG 대신 등 대형사들이 한층 강화된 기능을 지닌 HTS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 대우 현대 굿모닝 한화 미래에셋 신한증권 등이 새로운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SK 교보 동양 메리츠 신한 한화 등 6개 증권사는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를 이용한 무선 증권거래서비스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여의도는 지금 증권사의 사이버 대전(大戰)이 펼쳐지고 있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불붙은 HTS 선점 경쟁 =최근 새로운 HTS를 선보인 증권사는 10여곳에 달한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몸을 사리던 HTS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대우는 지난달 15일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HTS인 베스트이지 큐웨이(BESTez-Qway)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에 들어갔다. 베스트이지 큐웨이는 기존 HTS인 '다이알밴 익스프레스'와 웹트레이딩 시스템인 '이지-트레이딩', 직원용 프로그램인 'DARWIN 21'의 장점만을 골라서 발전시킨 프로그램이다. 대우증권은 완벽한 보안과 함께 속도와 기능면에서 한단계 진보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증권도 사용자 중심의 맞춤서비스를 자랑하는 '이지-넷 플러스'를 내놓았다. 대투증권은 대한투자신탁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이 사용하던 시스템을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도록 개량한 'i-CLASS1'을 선보였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과 신한증권은 '맵스넷-골드'와 '이지스탁FX'를 각각 출시했다. 맵스넷-골드는 이용자가 각자의 취향에 따라 화면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게 특징. 이지스탁FX는 각각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화면을 골라주는 '맞춤화면 설계서비스'가 주요 기능이다. 첨단 기능으로 무장 =HTS의 최근 조류는 시스템 트레이딩과 선물.옵션 기능의 강화로 요약된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가나 거래량 추이 등 과거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 지표나 투자전략의 유효성을 검증한 뒤 매매신호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투자방식이다. HTS가 단순히 매매만 체결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매매를 해주는 첨단 기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현재 대신 삼성 LG 교보 신흥 제일투신 키움닷컴증권 등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선물.옵션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선물.옵션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선물.옵션 기능을 대폭 강화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인 '유퍼스트 플러스'를 내놓았다. 첨단 금융공학 기법으로 설계돼 미래의 가격변동에 따른 증거금 시뮬레이션, 실시간 평가손익 반영, 각종 투자전략에 맞는 다양한 주문체결 서비스 기능을 갖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LG와 삼성증권 등도 선물옵션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HTS를 선보였다. 대신증권은 '선물.옵션 투자전략'과 '합성선물 투자전략'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밖에 증권사들은 실시간 투자정보 유통채널로 각광받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 LG 대신 현대증권 등이 자체 메신저를 개발,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굿모닝증권도 최근 '굿아이 메신저' 서비스에 나섰다. 향후 전망 =증권업계에서는 사이버거래가 확산되면서 앞으로 사이버상에서의 영업과 경쟁력이 증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와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을 개발, 투자자를 유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 HTS가 증권투자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만큼 앞으로는 증권사들이 세계시장에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증권이 최근 시작한 일본주식 거래서비스가 대표적. 동원증권은 지난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에 나섰다. 증권예탁원도 뉴욕은행을 해외증권 전담 예탁기관으로 선정, 빠르면 내년 4월께 미국 주식의 온라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따라서 내년에는 국경없는 주식투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밖에 대신증권은 중국 증권사에 HTS를 수출하거나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증권사들이 화려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병행해 사이버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요 증권사들의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발생, 투자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이 해마다 수백억원씩 쏟아부으면서 새로운 기능만 추가하기보다는 안정성을 강화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