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지난 91년 완공된 현대3차 아파트. 17층짜리 1개동인 이 아파트 주민들은 겨울철마다 매달 30만원씩 나오는 난방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지만 올 겨울을 맞는 주민들의 마음은 여느 해보다 홀가분하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무리지어 난방비가 기존의 30%선인 10만원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처음 리모델링을 검토한 것은 지난 6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경유를 사용하는 중앙난방 방식을 가스보일러 개별난방으로 교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사업성을 검토한 현대산업개발은 난방방식 교체와 함께 단지 내외부 공용시설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주민자치회에 제안했다. 문제는 68%에 불과했던 주민동의율. 현대산업개발은 5차례의 설명회와 가구별 홍보활동을 펼쳐 주민동의율을 총회 직전 92%까지 끌어 올렸다. 리모델링팀 이선호 과장은 "공사가 시작된 8월말엔 마지막까지 반대하던 2가구도 동의해 줬다"며 "리모델링으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끝까지 설득하고 홍보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리모델링팀은 하루에 10여 가구씩 개별난방 공사를 진행하면서 단지내 내외부의 도장 및 토목시설 교체도 병행해 나갔다. 가구마다 폭 20㎝,길이 38m씩 방과 거실의 콘크리트를 깎아내는 할석(割石)→배관 묻기→콘크리트 양생에 걸리는 시간이 대략 6시간 정도여서 주민들은 이주없이 반나절의 불편만 감수하면 충분했다. 진동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신 커팅 공법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단지내 경계석과 보도블록 등 단지 주위의 외벽과 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토목시설을 교체했고 카드키 시스템을 전가구에 설치해 보안기능을 높였다. 현대산업개발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집값 상승효과에 대해 어떤 장담도 하지 않았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10년 숙원이던 과중한 관리비 문제가 해결되면서 이 아파트 매매가는 가구당 1천만원 이상 올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 6월말 1억3천5백만∼1억5천5백만원선이던 29,34평형의 시세는 최근 들어 1억5천만∼1억7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1백45가구 주민들이 부담한 가구당 6백만원씩을 제외하더라도 리모델링을 통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