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예정기업 실적발표 '고의회피' 빈발..제재없어 투자자 보호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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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청약을 눈앞에 둔 등록예정기업들 가운데 올 3·4분기 실적발표를 기피하거나 아예 시한(11월14일) 내에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증권감독기관은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1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 지티앤티를 비롯 성우테크론 에코솔루션 비츠로시스 등 4개사가 3분기 실적을 시한 내에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스엔티 등 청약예정기업들은 실적발표를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협회는 이들이 등록예정기업일뿐 아직 등록되지 않은 기업인 만큼 공시를 의무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들의 실적공시 위반에 대한 법적 제재가 규정돼 있지 않아 별 도리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사실상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감독기관이 '묻지마 투자'를 조장하는 꼴이라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를 피해가는 기업들=지티앤티는 올 상반기 매출액(55억원)과 순이익(1억7천만원)이 주간사인 LG투자증권이 추정한 올 연간 목표실적(2백17억원,14억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만큼 3분기 실적은 중요한 투자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측은 ?2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우테크론 에코솔루션 비츠로시스 등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의 법적 효력이 실적 발표 마감일(지난 14일) 이전에 발생해 분기보고서를 내야 하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실적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신고서를 1~2일 늦게 제출한 기업도 있다.
세라믹 제품 가공업체인 에스엔티의 경우 지난달 30일 신고서를 제출,효력이 이달 15일부터 발생하게 함으로써 교묘히 신고의무를 회피했다.
오는 25일에야 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는 외환신용카드가 분기보고서를 자진해서 제출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로부터 증권관련기관은 물론 투자자를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증권감독기관은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뿐 개선책 마련은 도외시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이미 등록된 기업은 실적 등 정기공시 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을 경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매매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지만 청약기업은 등록예정기업으로 이를 적용하기 어려우며 또 협회의 관할대상도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금감원도 실적발표를 제 때 안 한 기업을 적발하더라도 제재를 내릴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재의 주요 수단인 과징금의 경우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기업에 대해 이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해명이다.
상장회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실적부풀리기'가 아니더라도 하반기 들어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는 신규등록 기업들이 적지 않은 추세를 고려할때 감독기관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실적 발표 시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청약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