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장세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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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가 630선에 진입하는 등 연중최고치에 육박하며 5월말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5.55포인트, 2.55% 오른 626.43으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5월 30일 628.42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630.02까지 급등, 지난 5월 29일의 632.09 이래 처음으로 630선을 넘었으며,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5월 25일의 633.16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장후반 거래량 1위종목인 하이닉스에 대해 데이트레이더들의 매도 등 차익매물에 밀리며 626선으로 지수를 낮췄으나 하루종일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힘이 느껴지는 장세였다.
코스피선물 12월물도 2.55포인트, 3.35% 급등한 78.65로 마감, 최근월물 기준으로 지난 6월 1일 78.85 이래 종가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일 기록한 연중최고치 80.65가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 외국인 매수 지속, 기관 프로그램 매수 장세 =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이어지고 있고 11월 들어 지수상승이 가파르게 전개되면서 기관의 매수 참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선물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선물저평가 현상이 개선되고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공격성을 띠면서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인, 지난주 이래 프로그램 매수장세가 조정틈새를 메우며 지수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343억원, 선물시장에서 4,369계약을 순매수했다. 거래소에서 2조원 가까이, 선물시장에서는 누적순매수가 2만3,000계약에 달한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차익과 비차익에서 1,500억원씩 3,000억원을 유입시켰고, 매도는 비차익 940억원을 위주로 1,000억원을 기록, 순매수 규모가 2,000억원에 달했다.
현선물간 가격차이인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 0.5대까지 확대됨에 따라 추가 매수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종합지수가 460선 저점에서 630선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한 기관의 후행매수가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개인의 주가상승에 대한 체감도나 확신 역시 크지는 않다.
기관의 경우 종합지수 상승률과 펀드수익률의 괴리감에 조급성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나 수익률 게임에서 뒤진 상황에서 뒤늦게 말을 탔다가 낙마할 수도 있다는 경계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지수관련 대형주를 지속적으로 매수함에 따라 지수는 급등했지만 개인선호주의 흐름이 그만큼 됐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혹여 더 상승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불안감에 고객예탁금이 9조원을 돌파, 증시 대기자금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먹을 만한 주식'을 찾기도 힘들고 쉽게 손이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수급과 심리 장세, 시장흐름 지속 가능성 = 그렇다고 '현재의 장세가 금방 꺾이겠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아닐 수 있다'는 반문에서 '좀 더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교차되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종합지수 그래프를 보면 기간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가파른 게 눈에 띈다. 단기 심리선이라고 하는 5일선이 쭉쭉 올라서는 양봉 밑을 받치고 있고, 20일선도 60일, 120일, 200일선을 돌파하면서 기울기가 닮아가고 있다.
거래량도 하루 3억∼5억주 가량되던 것이 지난 9일 이후부터는 7억∼10억주로 급증하고 이격도가 벌어지면서 심리적인 상대강도지수(RSI)도 이미 과열권에 접어든 지 오랜 듯하지만 상승탄력이 강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유지될 전망인 상황에서 기관의 프로그래 매수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현재의 수급과 심리적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면서 선물시장에서도 대량의 누적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현재의 장세가 심리적이고 수급에 의한 장이어서 목표치보다는 흐름이 이어지는 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규모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아시아 각국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순환매 양상이나마 매수관점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매수가 둔화될 것이지만 대형주에서 개별종목 쪽으로 순환매수 정도는 유지할 것"이라면서 "추수감사절을 전후해 매매규모가 줄어들 것이나 매도세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급락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정책상 금리하향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채권투자 유인이 감소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9조원을 돌파하고 국제유가하락도 이어지는 등 증시 주변 여건은 우호적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유동성의 힘으로 가는 장이고 외국인에 이어 기관도 매수에鰥㈖?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상승탄력으로 봤을 때 연중최고치를 돌파, 추가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증시 역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적 성공이 미국인의 자신감을 회복,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주 휴렛패커드 등 기업실적 가능성에다 소매판매 급증과 소비자신뢰지수 개선 등에 따라 내년 중반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시장이 이번주에 주요 경제지표가 적고 추수감사절을 맞아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시장은 아직까지는 '상승편향'의 흐름에 있다는 판단이다.
키움닷컴 금융공학팀의 정선호 과장은 "기관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크게 하락할 만한 요인은 없다"며 "미국이 전쟁종료 분위기 속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바닥논쟁 등 상승을 위한 조정이 예견된다"며 조정시 매수관점이 주장했다.
◆ 외국인의 전술적 유인 여부, 매수차익거래 지속성 점검해야 = 그렇다고 이러한 시장의 흐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확증은 없다. 외국인 매수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개인의 보수성에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장세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유동성의 힘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밑바닥에 흐르는 '힘 대결'이 좀더 강화될 소지가 있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 매수는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를 인위적으로 유도한 감이 없지 않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율이 60%에 육박,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 외국계 증권사의 '적정주가 30만원, '강력 매수' 추천도 반갑지 많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선물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누적순매수가 2만3,000개를 넘었는데 더 사면서 인위적으로 기관 매수를 유인하든 듯하다"며 "외국인이 너구리(기관)을 잡기 위해 굴 앞에서 연기를 피우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장관계자는 "종합지수가 460에서 630까지 급등한 상황이고 삼성전자 보유비율이 최대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 30만원대 주장은 주가 띄우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팀장은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증가하면서 순매수가 줄고 있다"며 "외국인의 공격성에 기관이 다소 미혹되는 듯한 모습이어서 단기에 지수가 급등에 대비, 이익실현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주 이래 매도차익잔고는 크게 줄고, 매수차익잔고는 크게 증가해 추가 매수차익거래가 지속될 수 있는 지 여부를 점검해볼 필요강 있다.
매도차익잔고는 지난 7일 3,700억원 수준에서 청산되며 16일 현재 1,360억원대로 줄었다. 반대로 매수차익잔고는 지난 10일 1,300억원에서 16일 2,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날 매수차익 1,500억원을 감안하면 매수차익잔고의 급증세가 눈에 띈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기관은 매도를 지속하는 대신 차익거래에서 바스켓 매수가 단기에 너무 급하게 또 많이 유입됐다"며 "외국인이 끌고가는 장이지만 12월 만기일 때까지 차익매수가 지속될 것이냐를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