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1,283∼1,284원 언저리의 박스권을 횡보했다. 이동거리가 불과 1.30원에 그쳐 지난달 29일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연중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로 올라섰음에도 국내 주가 급등, 외국인 순매수 등이 상승 시도를 막아 장중 움직임은 극히 미미했다. 변수간에 충돌이 일어나면서 환율은 자연스레 갇혀 버린 셈. 본격적인 월말 장세로 접어들 때까지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재료가 없으면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1.40원 오른 1,284.40원에 마감했다. 나흘만에 상승했으나 의미를 두기 어려운 흐름이었다. 오전중 1원 범위에서 움직인 환율은 오후에도 연장선상에서 0.80원의 등락폭을 보였다. ◆ 정체장 이음새 고리 = 시장은 환율 변동에 대한 기대를 일단 접고 있다. 힘을 축적하면서 다음 번 변동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선뜻 레인지 거래를 깨고 나설만한 재료나 수급상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단기적으로 달러매도(숏)마인드가 우세하나 달러/엔의 상승을 부담스러워 한 것 같다"며 "반면 주가 급등이 달러매수에 나설만한 요인을 봉쇄해 움직일만한 여지가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에 조금 눈여겨보면서 이번주 후반 추수감사절을 맞아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며 "내일은 1,283∼1,287원으로 예상되나 당분간 선뜻 레인지 거래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과 주가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며 "반등할 때마다 달러매도가 나오고 있으나 달러/엔보다는 주가에 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엔/원 크로스 환율을 적당하게 유지하면서 거래에 나서는 움직임"이라며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1,283∼1,285원의 극히 좁은 범위를 등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탈출구 없는 장세 = 시장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무기력한 장세를 연출했다. 시장에 반영할 만한 소재가 거의 없었으며 달러/엔 환율 상승과 주가 급등이 서로 상반된 방향을 가리켰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목할 만한 시장 지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업체는 최근 정체된 흐름이 이어지자 일단 한 발 뺀 채 관망세가 짙었으며 1,284원선에서는 네고물량을 조금씩 출회하면서 반등 기운을 꺾었으며 1,283원선 초반에서는 결제수요를 유입했다. 지난 목요일 외국인 주식자금이 일부 나왔지만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1분 현재 123.13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은 지난주 말 뉴욕에서 일본 소규모 신용은행 5개가 파산을 신청하고 긍정적인 미국 경제지표로 큰 폭 상승, 122.89엔에 마감한 바 있으며 이날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로 123엔을 상향돌파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1,286.50∼1,287.50원 범위를 거닌 끝에 1,287/1,288원으로 소폭 올라 마감했다. 지난 금요일보다 0.60원 오른 1,283.6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개장 직후 1,284.10원으로 올라선 뒤 9시 47분경 이날 저점인 1,283.20원으로 되밀렸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1,283원선에서만 거닐다가 장 막판 반등기운을 띠며 11시 44분경 이날 고점인 1,284.20원으로 올랐다가 소폭 반락하면서 1,283.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83.80원에 거래를 재개한 줄곧 1,283.70∼1,284.20원에서만 등락하는 안정된 흐름을 띠었다. 마감 20여분을 앞두고 반등을 추진한 환율은 4시 10분경 1,284.50원으로 고점을 고쳤으나 추격 매수가 따르지 않자 이내 조금 내려섰다. 장중 고점은 1,284.50원, 저점은 1,283.20원으로 변동폭은 1.30원에 불과, 연중 최저치와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44억원, 100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에 비해 순매수 규모는 늘었으나 달러공급이 원활치 않은 탓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5.55포인트, 2.55% 크게 오르면서 626.43으로 마감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1,9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4,13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6,070달러, 4억8,320만달러가 거래됐다. 20일 기준환율은 1,283.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