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테러 우리가 막는다" .. '해커모임' 515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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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테러는 우리가 막는다"
순수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해커 부대가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L씨 등 30여명이 지난 8월 구성한 "515부대"가 바로 그 주역이다.
부대원의 절반은 대학생이고 나머지 절반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직장인 가운데 보안업체 종사자는 한 명도 없다.
평소 부대원이란 사실을 철저하게 감추고 생활하는 이들은 낮에 일반 직장인처럼 활동하지만 퇴근후 생활은 남다르다.
부대원들은 소스분석팀,서버팀,공격팀에 각각 편재돼 퇴근 후부터 과업을 집중적으로 수행한다.
소스분석팀은 해킹에 쓰이는 각종 소스코드를 분석하고 신종 바이러스가 유포됐을 때 신속하게 정체를 밝히는 임무를 수행한다.
서버팀은 전산망에서 가장 중요한 서버를 어떻게 해킹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서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국내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명령어를 찾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서버의 안전성을 높이는 게 주 임무다.
공격팀은 새로 나온 해킹 툴을 시험해보면서 여러가지 공격 기법도 미리 개발해 신종 사이버테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이 부대가 생기기 전인 지난해에는 "31337부대"가 활약한 바 있지만 지지부진한 활동 끝에 해체되고 말았다.
하지만 "515부대"는 이와 다르다.
평소에는 온라인 상에서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하지만 매달 두번 이상 서울 근교나 조치원 등 한적한 곳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하루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데만 5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불평은 없다.
이미 상당한 성과도 냈다.
님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수많은 전산망이 피해를 입었을 때 이들은 유명업체 제품 못지않은 강력한 백신을 내놓았다.
트로이목마 검색 기능을 갖춘 우수한 백신을 배포한 것이다.
물론 백신 배포 때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이들이 개발한 해킹 탐색 도구는 이미 3만개 이상 무료로 뿌려졌다.
"515"는 보안의 성자(SIS,Saint In Security)를 의미한다.
해커 용어로 5는 "S"를 1은 "I"를 뜻한다는 게 부대원의 설명이다.
스스로 팀장을 정하고 중요 업무는 팀원들간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
이들은 주요 전산망에 대해 무료로 보안 테스트를 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전산망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해킹의 위협에서 지켜낼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들은 2~3년이 지나면 추가로 회원을 모집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지하에서 활동하는 해킹 커뮤니티 보다는 "의식"을 가진 믿을 만한 사람을 뽑을 계획이다.
팀원을 대상으로 해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윤리교육까지 할 정도로 이들의 사명의식은 투철하다.
515부대 관계자는 "군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화시대에 전산망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국가 안보가 위협당할 수 있다"며 "향후 정보보안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 꾸준히 과업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