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에 밀린 民生 .. 여야, 선거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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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양대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표심을 겨냥한 정치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의 초점을 '표심'에 맞추면서 각종 민생·경제정책이 원칙을 상실하고 있다.
여야가 양곡유통위의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를 한 목소리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와 20여명의 전문가가 한달여 이상 고심한 끝에 내놓은 방안을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왜 우리가 모든 비난을 감당해야 하느냐"며 일언지하에 묵살해 버렸다.
이어 농림부 장관을 즉각 당으로 호출,"쌀값이 내려가더라도 농가의 전체 소득에는 변함이 없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소득보전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세금낮추기 경쟁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는 호화·사치품목에 중과세키로 한 입법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수 진작이란 명분을 앞세워 고급모피·가구,사행기구,보석류 등에 대한 특소세율을 30% 이상 낮추기로 합의했다.
특히 중산·서민층 정당임을 자임해온 민주당이 앞장서 팔을 걷어붙였다.
그간 세수감소를 이유로 한나라당의 법인세 2%포인트 인하안에 반대해온 민주당은 한나라당안(3천5백억원 세수감소)의 배가 넘는 특소세 인하방안(8천4백억원 세수감소)을 제시,야당측을 오히려 어리둥절케 했다.
법개정안을 주도한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세율인하로 물건이 많이 팔릴 경우 세금이 더 걷힐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감세정책 반대논리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 교체 빈도만큼이나 수시로 바뀌어 종잡을 수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전임 의장이었던 강현욱 의원은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없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 등 핵심 재벌규제의 대폭 완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된 기업규제 완화책에 대해 재계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건강보험 재정통합 및 담배부담금 인상 문제,상가임대차 보호법안,집단소송제 도입 등 각종 민생·경제정책들이 '표심'에 크게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이같은 양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도를 더할 것으로 보여 어려운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