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시장 주변 여건의 혼재된 상황을 반영, 1,282∼1,283원 근방에서만 맴돌았다. 이동 거리가 1.30원에 불과, 전날의 연중 최저치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밤새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에 안착하는 흐름을 띠었으나 다시 재개된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가 상승 시도를 막았다. 주가는 오전장만 해도 강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큰 폭으로 하락 반전하면서 시장 심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수급상 변화나 확실한 모멘텀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같은 레인지 거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심리는 일단 아래쪽을 향하고 있음에도 보유물량을 처분하지 않아 이를 받쳐줄 만한 달러 공급이 없는 상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내린 1,283원에 마감했다. 상승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별다른 의미는 없다. 오전장에서 1.20원 범위를 거닌 환율은 오후 들어 더욱 축소되며 0.80원의 진폭에서 등락했다. ◆ 재료 가뭄, 수급 균형 연장 = 시장은 쥐죽은 듯 조용한 상태다. 하락을 시도하려는 심리가 강함에도 보유 물량은 쉽게 내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환율의 추가 이동을 기대하는 심리는 극히 약화됐다. 현 수준에서 소폭의 등락만을 거치리란 예상이 지배적. 월말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어야 시장이 방향을 잡아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쉽게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시장심리는 1,280원이 깨지면 많이 내려설 것이란 견해와 원/엔이 많이 빠져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으로 혼조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주식자금도 절반이 채 나오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영향을 주기 어렵고 달러/엔도 단기적으로 꼭지점을 본 것 같다"며 "예기치 않은 실수거래가 수반돼야 환율이 움직이고 내일은 1,281∼1,284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고정된 레인지에 들러붙은 장세라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며 "다른 재료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급 쪽을 모니터링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거래도 변동폭이 축소된 상황에서 1,282∼1,284원 범위를 거닐 것"으로 예상했다. ◆ 주변 여건 혼재 = 뚜렷하게 부각되는 변수는 없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증시 쪽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는 이날 한때 연중 최고치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큰 폭으로 하락 조정되면서 시장 심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10포인트, 1.61% 내린 616.33에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최근의 부진한 매수세에서 벗어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14억원, 28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21일 오후이후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얼마나 많은 물량이 나올 지가 관건.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2분 123.03엔이다. 전날 뉴욕에서 최근의 오름세 흐름을 이어 3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인 123.24엔에 마감했으나 이날 소폭 하락 조정을 받으며 대체로 123엔을 경계로 좌우 횡보했다. 엔화 약세에도 불구, 원화는 소폭 강세를 띠면서 엔/원 환율은 1,042원선까지 내려선 상태다.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달러매수에 나설 시점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전반적인 달러 강세에도 불구, 거래 범위가 1,287∼1,287.40원에 그치는 등 거래의사가 거의 없는 가운데 1,286.50/1,287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60원 낮은 1,283.8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283.50원으로 잠시 내려앉았으나 이 범위내에서 1시간 이상을 거닐었다. 이후 환율은 물량 공급이 조금 늘면서 저점을 낮추는 모양새를 띠며 11시 43분경 1,282.60원까지 내려선 뒤 1,282.80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오른 1,283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시 37분경 이날 저점인 1,282.50원으로 내려섰다. 이후 한동안 1,282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소폭 반등하면서 대체로 1,283원선을 배회하며 눈치보기 장세를 이었다. 장중 고점은 1,283.80원, 저점은 1,282.50원으로 변동폭은 1.30원에 불과, 전날과 같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5,8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8,8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7,150달러, 3억3,220만달러가 거래됐다. 21일 기준환율은 1,283.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