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뉴라운드협상 성공 조건..金仲秀 <경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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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 끝에 WTO 뉴라운드협상이 출범하게 됐다.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협상이 향후 3년 간 진행되게 된다.
회원국인 우리는 시험일자를 통보 받은 학생의 입장이 됐다.
피할 수 없는 시험이라면 합격하도록 공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협상이라고 하면 외국과의 협상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이해관계조정이 국제협상 성공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체제를 국제규범에 상응하도록 개혁한 후 다른 나라들의 미흡한 점을 개선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특유성을 예외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주장하는 소극적 자세보다는,투자와 무역자유화를 통해 우리와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대외협상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능력도 내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과제와 전략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협상의 실패는 내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데에서 연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협상은 '정부를 대표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전문가보다는 정부관료가 담당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협상을 담당할 정부조직체계가 적절하게 확립돼 있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국내의 대외경제관련 정책조정기능이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부총리를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 조정회의가 운영되고는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당시 경제기획원의 대외조정실을 폐지한 것은 한마디로 시대의 조류에 역행한 결정이었다.
대외경제환경의 변화와 국내제도개혁을 연계시키는 상시적 점검체계가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무엇보다도 통상분야 경제전문관료가 실질적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치유하기 어려운 국가적 손실이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 들어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에 설치함으로써 경제통상업무가 경제부처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의 대표적 사례다.
외교부에 속해 있는 한 국내부처 간 경제이해상충을 조정할 위치에 있지 않게 된다.
정부는 전문가를 활용하는 대책기구를 설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전문가들이 보조원으로 자문하는 역할에 그치는 한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몸에 체화된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을 직접 정부의 대표로 임용해 활용해야 한다.
대외협상뿐 아니라 국내정책조정 역할도 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전문가가 책임지고 협상을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만 유독 국제협상대표를 관료가 맡아야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같은 정부조직을 단기간에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특별팀을 구성해 뉴라운드 마무리 때까지 관련 대내외 정책수립의 기본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지역균형발전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을 운영해 왔듯이,뉴라운드 대책팀을 직접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개방형 임용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기존 조직에 소수의 인원을 충원한 것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이 대책팀의 주류를 이루도록 하고,국가차원에서 이들의 신분보장 및 처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외지향적 발전전략만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임을 고려할 때,전문가집단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국제협상을 하다보면 '강자의 횡포'와 '약자의 떼'를 흔히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횡포와 떼가 협상전략이 될 수는 없다.
국제협상,특히 다자간협상의 경우에는 전문성과 합리성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대책의 핵심개념을 대외개방과 경쟁환경 조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두어야 하며,이것이 성공하는 조건은 '단견에 사로잡힌 국수주의적 정치가의 개입여지를 여하히 좁힐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사회의 국제화 추세가 중국을 위시한 경쟁국에 비해 더뎌지고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