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김진용 <엔에스에프 사장> .. '자전거 경영학'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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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영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감한 변화와 꾸준한 이익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양립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엔에스에프(옛 삼성출판사) 김진용 사장(45)은 이를 구현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높은 이익률을 일궈내고 있다.
엔에스에프는 지난해 1천2백47억원 매출에 2백16억원의 당기순이익(6월말 결산 기준)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7.3%에 이른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이 한계선상을 넘나드는 올해에도 1백5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그의 경영비결을 무엇일까.
김진용 사장은 인터넷 시대에 '투박한' 전집(책)만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의류패션 인터넷 사업까지 하는 회사로 탈바꿈시켜 나가고 있다.
자신의 책상 옆에 대형 지구본을 놓고 세상을 넓게 보는 생각을 한다는 김 사장.
창업주 김봉규 옹(70)이 일궈온 회사를 물려받아 2세 경영인으로서 순조롭게 출발했다는 평가보다는 개인의 경영능력으로 기업변신을 일군 사업가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기자가 서울 서초동 사옥내 사장실로 들어갔을 때 김 사장은 굳은 표정이었다.
대화를 하면서도 얼굴의 긴장은 풀리질 않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 상당히 낯을 가리는 김 사장은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속내를 진솔하게 내뱉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부른다.
신규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어 하는 얘기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물려 받았지만 몰락한 2세 경영인이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 사장이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은 지난 92년.
사령탑에 올라 앉기 전인 지난 80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부에서 2년동안 근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집류만을 고집하는 부친의 생각과 뜻이 안맞아 자신의 사업을 하기로 하고 84년 독립했다.
팬시용품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아트박스를 설립했다.
국내에서 첫 시도된 사업이었다.
그해 서울 종로에 1호점을 냈고 엔에스에프 사령탑에 앉을 때까지 8년동안 가맹점을 1백여곳으로 늘렸다.
매출도 연간 80억원을 올리는 회사로 키웠다.
"어떻게 하면 문구용품에 패션을 가미할 수 있을까 하고 늘 생각해 왔다"고 말하는 김 사장은 "당시 국내에 이같은 팬시용품 프랜차이즈 사업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팬시용품 사업에서 매년 50∼1백%씩 신장하는 등 성공을 거두자 새로운 것을 찾아 또 한번 성공모델을 창출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자신의 꿈을 접고 잠시 몸담았던 부친의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창업주 김봉규 옹이 92년 초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그때 부친의 나이 62세.
김 사장은 "한창 경영일선에서 일할 연세에 그만 두신다고 해 당황스러웠고, 팬시용품 사업이 성장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회사 경영을 맡자마자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회사가 창업이래 줄곧 황소(?)처럼 출판해 왔던 성인도서인 문학 전집류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지난 96년 아동도서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7월엔 전집류 사업권을 영업조직과 함께 대교에 넘겼다.
구로공단에 있던 인쇄소도 팔았다.
그리고 출판은 아웃소싱을 하고 기획과 마케팅만 전담했다.
이렇게해서 매년 4백∼5백종의 새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내 출판업계 최초로 대만의 산해출판사에 '우리아기 시리즈' 8권의 저작권(로열티는 판매가격의 6%)을 수출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책을 팔지 않고 인터넷 시대에 맞게 '출판 콘텐츠'를 수출하는 회사로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동남아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을 출판분야에서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92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별도법인으로 설립한 의류패션 회사를 98년에 합병했다.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사업초기 세계적인 브랜드인 이탈리아 베네통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루치아노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를 내집 드나들 듯 했다"는 김 사장은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이 최종 사인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감회에 찬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들어선 엘르 레노마 엠엘비 등 수입브랜드와 어바웃 구호 등 자체브랜드를 확보, 전국에 2백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의류패션 강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 사장의 도전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엔 인터넷 사업분야에 뛰어들었다.
"다소 늦게 시작한 감은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설립한 인터넷 여행사 넥스투어는 올 매출 1백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학습지 사업을 하는 와이즈캠프도 유료 가입자가 벌써 1만명을 넘어섰다.
이밖에 인터넷에서 IT(정보기술) 교육을 해주는 하우와우도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김 사장은 "인터넷 사업이 수익구조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무한한 사업영역이 있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 1천2백억원에 순이익 1백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92년 김 사장이 경영을 맡을 당시 매출 2백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6배나 신장시켰다.
흐름을 제대로 읽고 과감한 변신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사세가 커지는 만큼 내년에는 1백30억원을 들여 현재의 자리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사옥도 지을 계획이다.
김 사장은 "변화를 읽는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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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56년 2월15일 전남 무안 출생
서울 휘문고 졸업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94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84년 아트박스 대표
95년 한국방문판매업협회 부회장
2001년 대한트라이애슬론 경기연맹 부회장
2001년 엔에스에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