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33
수정2006.04.02 05:36
은행권에 또다시 합병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이달초 옛 국민·주택은행이 합쳐진 통합국민은행 출범 이후 또다른 은행간의 합병 추진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0일 순천향대 강연에서 "초대형 국민은행의 등장 이후 시장에서 은행간 자발적인 합병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류시열 은행연합회장도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당수 은행들이 생존 차원에서 서로간의 합병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선 '하나+제일은행'의 합병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제일은행이 하나와 신한은행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고 그 중 하나은행이 적극 나서 합병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몸집을 더 키워야 하는 한미 외환 조흥은행 등도 나름대로 짝짓기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왜 추가 합병인가 =은행들의 합병 추진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게 중론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합병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실제 지난 11월1일 자산 1백85조원 규모의 국민은행(국민+주택)이 출범한 이후 시중은행들은 위기감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이 거대 자산을 무기로 예금 금리를 내리는 등 공격적으로 나오자 다른 은행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한빛은행 중심의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에 공통된 위기의식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정부의 은행 조기 민영화 방침도 추가 합병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제일과 서울은행의 지분을 49%와 1백% 갖고 있는 정부는 내년말 대선 이전에 이들 은행을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때 정부가 우량 은행인 신한과 하나은행에 서울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 가능한 시나리오 =추가 합병에 나설 수 있는 대상은 현재로선 하나(자산 52조원) 한미(34조원) 신한(57조원) 제일(27조원) 등 네 곳이 유력하다.
외환과 조흥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부담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진 합병에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두 은행은 서울은행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합병 가능 4개 은행 중에선 '하나+제일'의 짝짓기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두 은행은 이미 합병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벌여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는 제일과 합병하면 총자산이 78조원에 달하는 데다 미래 수익기반으로 각광받는 소매금융 분야를 보강할 수 있어 '괜찮은 조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에선 '하나+한미'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게 지배적인 분석.
작년말 두 은행의 합병 실패 이후 상호 불신의 골이 깊은데다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펀드가 하나에 대해선 '노(No)'라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주회사를 정비하느라 당장은 합병에 소극적인 신한은행과 금융전업그룹에 대한 매각을 희망하고 있는 서울은행도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다른 우량 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할지 모른다.
그 경우 은행간 추가 합병의 구도는 다시 짜여질 수도 있다는게 금융계 전망이다.
◇ 언제 이뤄질까 =은행들의 추가 합병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합병이 언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수합병(M&A)의 성격상 양측이 합병 추진이라는 기본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최종 계약에 서명하기까진 대주주간 이해관계와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연내에 은행간 합병 추진 발표가 있더라도 실제 합병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옛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도 1년 가까이 시일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차병석.김준현 기자 chabs@hankyung.com